한국거래소(KRX)의 애프터마켓 개설 첫날에 변동성완화장치(VI)가 무더기로 발동하며 주가가 급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는 애프터마켓 첫 거래일 출발이 순조로웠다고 자평했지만, 투자자 사이에선 불만이 속출했다. 이틀 차인 15일에는 전날보다 변동성이 잦아들지 주목된다.
애프터마켓 첫날 정적·동적 VI, 정규장의 4배 넘게 발동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애프터마켓이 처음 운영된 14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정적·동적 VI는 총 2037회 발동했다.VI는 접속매매 동시호가로 가격이 급변할 경우 2분간 단일가매매를 적용해 시장을 냉각시키는 조치다. 정적 VI는 '전일 기준가격' 대비 10% 이상 변동된 가격으로 주문이 접수될 때 발동하고, 동적 VI는 '직전 체결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코스닥 종목에선 에스지헬스케어가 19회로 가장 많이 발동됐고, 대호특수강(18회)과 이노에이엑스(16회), 모비데이즈(16회), 아이엠티·NE능률·테크엘(14회)이 뒤를 이었다.
코스피 종목 중에선 한국특강이 18회로 가장 많이 발동됐고, 한창제지도 15회나 됐다.
이 중 이노에이엑스가 오전 9시 13분쯤 동적VI 1회, 모비데이즈 9시 2분쯤 동적·정적 VI 각 1회 울린 걸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애프터마켓에서 울렸다.
전체 VI 발동 횟수 중 정규장 운영 시간대인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발동된 게 400회에 그친 반면, 애프터마켓 운영 시간대인 오후 4시~8시 발동은 1637회에 달했다.
"KRX 애프터마켓 도박판"…개인 투자자 불만 속출
이처럼 변동성이 커지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속출했다. 주식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등 온라인상에선 "KRX 애프터마켓 도박판이다", "시간외 등락률 볼 수 있는 곳 없나", "이번 정권은 주식에 뭔 원한이 있길래 가만 냅두지를 않는다" 등 원성이 자자했다.시장 변동성 외에도, "정규장 종가 확인이 안 돼 혼란스러웠다"거나 "정규장 차트만 따로 볼 수 없느냐"는 문의가 올라오는 등 혼선을 겪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한 이번 KRX 애프터마켓 개설로 기존 넥스트레이드(NXT) 애프터마켓 내 600여 개에 불과했던 대상 종목이 코스피·코스닥 상장 대부분의 종목으로 늘었는데, "넥장(NXT)에 없던 대부분의 종목은 수급이 없어 거래가 멈춰있거나 하락했다"는 탄식도 나왔다.
NXT 애프터마켓은 지난해 3월 4일부터 운영됐는데,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대체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량은 KRX의 15%를 넘어설 수 없어 기존 애프터마켓 거래 종목 수가 제한됐다.
KRX 애프터마켓 개장을 앞두고 전날 오전 프리마켓에선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이용자의 거래에 일부 전산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KRX와 NXT 중 주문가격과 수수료, 매매 체결 가능성 등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한 '최선주문집행'(SOR, Smart Order Routing) 시스템 적용시간이 기존 오후 3시 30분에서 오후 8시로 연장돼 첫 적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프리마켓에서 매수한 걸 제때 매도하지 못해 손실을 봤다"는 투자자도 있었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전날 애프터마켓의 종목별 고저 변동성은 코스피 2.9%, 코스닥 4.6% 수준으로 정규장(코스피 4.1%, 코스닥 5.8%) 대비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가격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애프터마켓 첫 날 거래대금은 코스피·코스닥 합산 1조 8천억 원으로 당일 전체 거래대금 27조 6천억 원의 6.6% 수준으로 집계됐다.
궁극적으론 24시간 거래 목표…정규장 마감 뒤 추가 하락도 피할 순 없어
한국거래소의 애프터마켓 개설은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거래소가 표방한 24시간 거래를 목적으로 한 거래 시간 연장의 일환이다. 외국인의 시차 제약을 극복해 글로벌 접근성을 강화, 유동성 유치 경쟁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애프터마켓 개설의 또 다른 기대효과는 정규장 종료 뒤 발생하는 국내·외 투자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가에 반영해 신속하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악재시엔 주가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글로벌 투자심리가 잔뜩 얼어붙은 전날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하루 낙폭이 각각 4.05→4.24%, 6.35→7.12%로 확대됐다.
이날도 고유가·고금리 및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 등 3대 대외 악재가 계속돼 주식시장이 부진했던 만큼, 보합세로 마감한 정규장 이후 애프터마켓에서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57.11포인트(0.85%) 내린 6627.26에 정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도 5.62(0.70%) 오른 812.41에 문을 닫으며, 두 지수 모두 보합세를 보였다. 같은 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9.4원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