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부정청탁 의혹'과 관련해 브로커 양모씨와 신약업체 창업주 강모씨 등 핵심인물들의 공판이 열렸으나 별다른 내용 없이 종료됐다. 재판부는 연관 사건의 선고 결과를 지켜본 뒤 오는 11월 다음 재판을 열기로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성준규 판사)은 이날 오후 4시 30분 뇌물공여약속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브로커 양모씨와 신약업체 제넨셀 창업주 강모씨에 대한 1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양씨와 강씨는 지난 2021년 김 후보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김강립 당시 처장에게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김 후보자 측에 500만 원의 후원금을 내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부는 별다른 내용 없이 약 10분 만에 재판을 종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강씨의 (별개) 항소심 사건이 본 사건과 일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심 선고 결과를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검찰 측에 항소심 사건 내용을 반영해 최종 의견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항소심 사건은 강씨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이다. 앞서 강씨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코로나19 치료제를 투약한 햄스터 5마리 중 1마리가 폐사한 동물실험 결과를 숨기고 승인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로써 양씨와 강씨 사건 1심 선고는 미뤄질 전망이다. 사실상 결심공판이 될 다음 재판은 오는 11월 12일 오후 4시에 열린다.
한편 브로커 양씨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4시쯤 흰색 마스크를 쓰고 법원에 출석한 양씨는 "김 후보자에게 부정 청탁한 혐의를 인정하느냐", "후보자와는 어떤 관계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양씨 측은 전날 재판부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지명 이후 사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세종메디칼 주주들의 엄벌 탄원서가 제출되는 등 반발이 이어지자 신변 안전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씨 역시 "왜 500만 원을 보내려 했느냐", "다른 대가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1년 9월쯤, 당시 개발 중이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계획 승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씨를 통해 정치권의 도움을 받고자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양씨는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 후보자에게 민원을 전달했고, 김 후보자는 같은 해 10월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전화와 메시지 등을 통해 제넨셀의 임상시험계획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약 3주 뒤 식약처 승인이 이뤄졌다.
검찰은 식약처 승인 이후 양씨가 강씨에게 김 후보자 측에 정치후원금 500만 원을 제공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강씨는 500만 원을 보내려고 했지만 당시 모금 한도가 이미 차 있어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김 후보자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알선뇌물약속 등 혐의로 수사받았으나 지난 2024년 12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범행 경위 등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검찰은 청탁 내용이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실제 후원금이 전달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혹은 김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다시 화두에 올랐고.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어지며 경찰도 재수사 검토에 나선 상태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해 "단순한 공익적 고충 민원 전달이었을 뿐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점을 검찰도 확인해 줬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