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사비 밀렸는데…대출이자·수수료 263억 더 받아

법원 "초과이자보다 아파트 공사비 우선"…자금집행 순서 계약위반 판단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은 아파트. 고상현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제주 유명 아파트 미분양 사태 이면…투자사기 의혹
②[단독]투자사기 의혹 아파트…용역업체·시공사까지 피해
③"사기꾼 호의호식, 피해자 자살 고민" 아파트 투자 잔혹사
④[단독]"직원 탓"하더니 유흥비?…회삿돈 수십억 횡령 수사
⑤[단독]욕설·갑질에 임금체불…아파트 시행사 대표의 민낯
⑥[단독]신탁사 동의 없이 아파트 전세 광고…추가피해 우려
⑦[단독]부당해고에 숙소 무단침입 지시…조폭미행 의혹도
⑧[단독]투자사기·횡령 의혹에 이어…사법질서 교란까지
⑨[단독]제주 아파트 사업 의혹 새 국면…정치권 로비 정황
⑩[단독]룸살롱 접대 의혹 전 비서관 "내 이름 호명되면 큰일"
⑪[단독]오영훈 마지막 총력 유세장소, 모델하우스 부지였다
⑫[단독]전과 20여 건…집행유예 기간에도 도의회 자문위원
⑬[단독]문대림 의원 경선지원 정황…정치권 로비 의혹 확대
⑭[단독]"파란색 보면 치가 떨려"…민주당 전방위 로비 정황
⑮[단독]오영훈 전 보좌진-시행사 대표 통화내용 들어보니…
⑯[단독]문대림 의원 "반드시 도지사 돼서 잘 모시겠습니다"
⑰[단독]룸살롱 접대 이어 골프비 대납?…짙어지는 유착 의혹
⑱[단독]불법행위 공익제보 했더니…금융사가 시행사에 유출
⑲[단독]공익제보 유출한 금융사 직원 "약점 다 없애고 고소"
⑳[단독]"제2의 화천대유" 우려하고도…3천억 PF대출 강행
㉑[단독]공사비 밀렸는데…대출이자·수수료 263억 더 받아
(계속)

"제2의 화천대유"를 우려하면서도 3천억 원대 부동산 개발 대출이 이뤄진 효성 해링턴플레이스 제주 아파트. 대규모 미분양 사태 속에서 수백억 원대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한 상황에서 돈을 빌려준 대주단에는 당초 계획보다 263억 원 많은 대출 이자와 수수료가 우선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비 밀렸는데…이자·수수료 263억 더 지급

15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민사부는 시공사인 효성그룹 건설 계열사 ㈜진흥기업이 아파트 시행사와 대리 금융기관인 ㈜다올투자증권, 신탁사인 ㈜신한자산신탁, 돈을 빌려준 대주단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취재진이 확보한 판결문을 보면 진흥기업은 2022년 9월 시행사와 1530억 원 규모의 아파트 신축공사 계약을 맺었다. 이후 계약 변경을 거쳐 전체 공사비는 1564억 원으로 늘었다. 당시 아파트 분양이 저조하더라도 전체 공사비의 80%를 우선적으로 받고 5%는 분양률에 따라 받기로 했다.
 
계약에 따라 진흥기업은 2023년 1월부터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부지에 아파트 공사를 시작해 2024년 12월 끝내고 사용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전체 공사대금 1564억 원 중 590억여 원을 받지 못했다. 진흥기업은 받지 못한 공사대금 가운데 355억 원을 지급하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 캡처

재판부는 당초 사업계획에서 정해놓은 범위를 넘어선 대출 이자를 대주단에 먼저 지급한 것은 계약상 정해진 돈의 집행 순서를 어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약속된 범위 안의 대출 이자는 공사비보다 먼저 줄 수 있지만, 계획보다 초과한 이자까지 공사비에 앞서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업계획을 초과해 발생한 이자까지 계속 우선 지급하도록 허용하면 금융사들의 대출금이 남아 있는 동안 이자가 계속 불어나 진흥기업은 공사비를 사실상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 개발 대출(PF·프로젝트파이낸싱) 실행 당시 대출 계약상 사업을 끝까지 진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의 사용처와 규모도 미리 정했다. 대출이자와 수수료 등 금융비용은 295억 원이지만, 대주단이 받아간 금융비용은 당초 계획보다 263억 원이 많은 모두 558억 원이다.
 

"신탁회사, 금융 주관사 계약상 의무 위반"

재판부는 공사비보다 초과 이자를 대주단에 우선 지급하는 과정에서 대주단을 대리해 PF 대출을 주관한 다올투자증권과 사업 자금을 관리한 신한자산신탁의 책임도 구체적으로 인정했다.
 
신한자산신탁은 사업계획에서 정한 범위의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을 지급한 뒤에는 진흥기업의 공사비를 집행해야 했지만, 공사비에 앞서 대주단에 초과 이자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신한자산신탁이 자금집행 순서를 지켜야 하는데도 어겼다며 신탁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PF대출을 주관한 다올투자증권도 당초 사업계획을 넘어선 대주단 초과 이자를 확보하기 위해 그보다 먼저 지급돼야 할 공사비 집행에 동의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의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은 아파트. 우편함에 우편물이 꽂혀 있지 않다. 고상현 기자

아파트 사업에 자금을 댄 대주단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대출 주관사에 자금 집행 권한을 맡겼기 때문에 다올투자증권의 공사비 지급 거부는 대주단의 행위로도 볼 수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다올투자증권과 신한자산신탁, 대주단 모두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진흥기업이 공사대금으로 청구한 355억 원 중 소방공사를 함께 맡은 다른 업체가 받아야 할 4억 원을 제외한 351억 원을 아파트 시행사가 모두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이 가운데 274억여 원에 대해서는 다올투자증권과 신한자산신탁, 대주단이 공동으로 책임지도록 했다.
 
아파트 시행사와 다올투자증권과 신한자산신탁, 대주단 측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진흥기업의 경우 공동 지급 책임을 274억 원에서 351억 원으로 확대해 달라는 취지로 항소했다.
 

진흥기업 "이번 사건으로 대규모 영업 손실"

진흥기업 측은 취재진에게 "이번 사건으로 공사비를 받지 못해 수백억 원 상당의 하도급 대금을 자체 자금으로 집행했다. 그 결과 (아파트 공사가 끝난) 2024년부터 대규모 영업 손실을 기록한 상태다. 공사비 지급 방안에 대한 어떠한 협의도 없이 피고 측이 항소를 해 유감"이라고 토로했다.
 
대주단 등 피고 측은 "법원이 자금집행 계획의 근거로 삼은 사업수지분석표는 사업성 검토 자료 중 하나로 예측자료에 불과하고 분양 여부와 대출금 상환 여부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동될 수밖에 없는 유동적인 수치이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이 사업수지분석표에서 정한 범위 내로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대주단에 초과 이자를 우선 지급하고 진흥기업에 공사비 자금집행을 거절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다.
 
투자사기 피해자들 기자회견 모습. 고상현 기자

앞서 CBS노컷뉴스는 부동산 개발 대출을 주관한 다올투자증권 전 직원들이 아파트 시행사의 불법행위가 담긴 공익제보 내용을 시행사 측에 유출한 의혹을 보도했다. 특히 증권사 직원이 공익제보 내용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제2의 화천대유"로 비화할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대출은 실행됐다.
 
당시 증권회사 전 직원이 인지한 문제는 현재 수면 위로 드러난 아파트 시행사 대표의 수십억 원대 불법 투자금 조달과 횡령 의혹, 도내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 한 정치권 로비 의혹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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