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병기 의원에 대한 수사에서 시간만 끌다 신병 확보 시도가 퇴짜를 맞았다. 경찰 수사력에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사건의 중심인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이 또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애초 서울경찰청은 김 의원의 13개 혐의 중 먼저 수사가 마무리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었지만, 박성주 전 본부장은 추가 수사를 지시하며 분리송치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의 비위행위를 폭로한 전직 보좌관 A씨는 17일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직접 박성주 전 본부장을 고발한다. 박 전 본부장이 이미 퇴직해 고위공직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이 아닌 탓에 다음달 수사권이 폐지되는 검찰이 A씨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수사기관이다.
혐의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다. '장윤기 사건'과 마찬가지로 박 전 본부장이 잘못된 지시를 내려 김 의원 수사를 방해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김병기 의원의 뇌물수수 의혹 등을 1년 넘게 수사하며 늑장 논란을 일으켰는데, 최근에는 뒤늦게 신청한 구속영장까지 반려돼 무능이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앞서 김 의원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애초 지난 4월, 수사가 마무리된 5개 혐의를 먼저 검찰에 송치하며 김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할 계획이었다. 박정보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수차례 "혐의 유무 판단이 가능할 정도로 수사가 진행된 의혹에 대해 조만간 결론 낼 것이고 분리 송치도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본부장은 올해 6월 분리 송치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추가 수사를 지시했다. 늑장수사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13개 혐의를 모두 수사한 뒤 송치하겠다는 것이었다. 박 전 본부장은 당시 "여러 의혹 중 일부에 대한 1차 결론을 서울청이 갖고 있었지만, 국가수사본부 차원에서 보완돼야 한다고 판단하는 부분이 있어 추가수사를 지휘했다. 한 번에 마무리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3개월이나 흐른 지난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구속 필요성에 대한 경찰 소명이 부족하다"고 반려했다. 김 의원이 7차례나 경찰 출석 조사를 받았고, 마지막 조사일 이후 5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신청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관련기사: 5개월간 미루고 간 본 결과…김병기 구속영장, 결국 '퇴짜')
경찰이 김 의원 수사에서도 허점을 보인 가운데 박 전 본부장도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미 박 전 본부장은 장윤기 사건에서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는 성폭행·스토킹·살인 혐의를 병합 수사하겠다는 수사팀에게 분리 수사를 지시해 진실규명에 차질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