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대 시내버스에서 뒷문으로 몰래 타는 이른바 '뒷문 승차'가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안전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배차 시간에 쫓기는 버스 기사들은 승객과의 갈등 등을 우려해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위험해도 출퇴근 배차 압박에 열리는 뒷문
지난 2일 출퇴근 시간대 서울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 버스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선 사이 뒷문이 열리자 몇몇 승객이 하차하는 승객들 틈을 비집고 버스에 올라탄다. 이른바 '얌체 승차'로 불리는 뒷문 승차다.뒷문 승차는 2004년 버스 개편 당시 승하차 지연을 막기 위해 뒷문에도 카드 단말기를 부착한 이후 20년 넘게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거의 매일 출퇴근길 버스를 이용한다는 30대 직장인 A씨는 뒷문 승차를 두고 "새치기 같은 느낌이 든다"며 "안전이나 공정성을 생각하면 앞문으로 타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버스 기사들이 뒷문 승차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안전사고다. 뒷문 승차는 앞문 승차 대비 사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큰데, 그 책임은 온전히 버스 기사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3년 차 버스 기사 전훈석(52)씨는 "앞문 승차는 기사가 (승객 상황을) 인지할 수 있지만, 뒷문 승차는 기사가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사람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운전석의 기사가 뒷문으로 승차하는 모든 승객의 안전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7년 차 버스 기사 김태용(60)씨 역시 뒷문 승차가 앞문 승차보다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기사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버스가 출발한 뒤 무리하게 뒷문 승차를 시도하면 뒷바퀴에 깔릴 수 있고, 하차 후 재승차나 하차 태그를 위해 닫히는 문에 팔을 집어넣으면 끼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사각지대서 사고 터져도 책임은 기사 몫
문제는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버스 기사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승객은 뒷문 승차를 해도 별도의 제재를 받지 않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버스 기사는 형사책임을 질 수도 있다. 버스 운전자로서 운행 과정에서 승객의 안전을 살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정류장에서 뒷문으로 승차하려던 승객의 발이 닫히던 버스 문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은 당시 버스 기사 B(59)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정류장에서 문을 여닫는 것도 운전의 일부이고, 뒷문 승차가 관행인 만큼 승객이 무리하게 탔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기사들은 출퇴근 시간에는 뒷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기사들이 뒷문 승차를 묵인하는 배경에는 배차 시간 압박이 있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 내부 출퇴근 시간대 이동 인구만 229만 명에 달한다. 사람은 많은데 차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기사들은 결국 승객이 몰려 승차 시간이 길어지면 배차 간격이 벌어지고, 정류장에 승객이 더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기사들은 결국 승객이 몰려 승차 시간이 길어지면 배차 간격이 벌어지고, 정류장에 승객이 더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11년 차 버스 기사 최득용(48)씨는 이러한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뒷문을 여는 기사가 적지 않다며 "정석대로 하면 나만 맨날 눈치보이고 고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승객의 뒷문 승차를 제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사들은 배차 시간에 쫓기는 데다 승객과의 갈등이 악성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으로 제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지보다 안전 관리가 우선…승객에 위험 알려야"
울산과 청주 등 일부 지자체는 안전과 민원 등의 이유로 뒷문 승차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뒷문 승차 단말기를 제거하거나 승차 기능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을 서울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서울과 지역의) 출퇴근 시간대 인원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당장 뒷문 승차를 금지하거나 단속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을 서울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서울과 지역의) 출퇴근 시간대 인원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당장 뒷문 승차를 금지하거나 단속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고준호 교수 역시 뒷문 승차가 "안전 측면에서는 좋지 않다"면서도 "혼잡한 정류장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고 교수는 "위험은 기사가 아니라 승객들한테 알려야 한다"며 홍보를 통한 시민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담뱃갑 경고 문구처럼 실제 사례를 들어 위험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내 혼잡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뒷문 승차를 차단하는 센서 기술 등을 활용해 사고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위험은 기사가 아니라 승객들한테 알려야 한다"며 홍보를 통한 시민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담뱃갑 경고 문구처럼 실제 사례를 들어 위험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내 혼잡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뒷문 승차를 차단하는 센서 기술 등을 활용해 사고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뒷문 승차를 전면 금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안전사고 방지를 현실적인 목표로 두고 홍보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