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부터 골드바 판매 사기, 노쇼까지 서로 다른 범죄를 하나의 조직에서 벌여온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특히 조직원들은 서로 일면식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결돼 일부가 검거돼도 다른 조직원이 그 역할을 대체했다.
제주경찰청은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자금세탁 총책 30대 A씨 등 조직원 31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2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해외에 있는 피싱사기 총책 30대 B씨도 특정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를 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피싱범죄로 1091명으로부터 약 24억 원을 편취한 데 이어, 골드바 판매 사기로 109명으로부터 약 10억 8천만 원을 편취한 혐의다. 또 노쇼사기로 141명에게 약 73억 4천만 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피해자 중 제주도민은 19명, 피해금액은 6600만여 원이다.
우선 중고나라 등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속이는 피싱 범죄를 벌였다.
총책이 대포통장을 확보해 사기 실행책들에게 제공하면 실행책들은 인공지능(AI)으로 중고물품 이미지를 제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피해금은 여러 계좌를 거쳐 인출된 뒤 가상자산으로 세탁됐으며 조직원들에게 정산금을 나눠주고 남은 돈은 총책에게 전달됐다.
이들은 피싱 범죄 과정에서 여러 조직원에게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점을 피하기 위해 골드바 판매 사기로 범행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주로 40~60대를 상대로 "사우디에서 금광이 발견돼 골드바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식으로 속여 범행했다.
서울 강남·서초 등 일부 지역 가입자에게는 실제 골드바를 배송해 정상적인 판매업체인 것처럼 신뢰를 쌓기도 했다. 배송이 늦어지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속이며 포인트까지 지급했다.
이 조직은 '010 변작기'를 운영하며 노쇼사기 범죄를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해외에 있는 사기 실행책들이 국내 휴대전화 번호를 사용하는 것처럼 발신번호를 변작할 수 있도록 장비를 제공했다.
이 조직은 총책을 중심으로 국내 관리책과 자금세탁책, 인출책, 010 변작기 운영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운영됐다.
특히 조직원 상당수는 서로 일면식도 없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연결됐다. 특정 조직원이 검거되더라도 다른 조직원이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경찰은 이 같은 분업 구조 때문에 하나의 조직이 피싱에서 골드바 판매 사기와 노쇼사기까지 범행 영역을 계속 확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수사는 중고거래 사기 피해 신고가 제주동부경찰서에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사건이 제주경찰청으로 이관됐고 수사 과정에서 골드바 판매 사기와 노쇼사기 등으로 범행이 크게 확장된 정황이 확인됐다.
김태영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최근 AI 기술 등을 활용해 실제 물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조작하는 등 사기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며 "온라인 중고거래 시 실제 물품 보유 여부와 거래 상대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을 사칭해 물품 구매·대리결제 등을 요구하는 경우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요구가 있다면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