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약물 내년 초 도입…미성년자·지역 접근성은 '숙제'

임신 9주 이하 대상…첫 2년 의료기관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전성 확인 후 약국 조제로 단계적 확대
미성년자 보호자 동의 여부는 추가 검토…지역 의료공백도 과제
건보 적용은 제약사 급여 신청 후 검토…비급여 땐 가격 공개 추진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하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1분기까지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추진하고, 도입 후 첫 2년간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하기로 했다. 다만 미성년자 처방 시 보호자 동의 여부와 지역 의료공백에 따른 약물 접근성 문제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낙태죄 폐지 이후 실질적인 국가 관리체계가 부재했던 상황을 개선하고, 국가의료체계 아래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뤄질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부처는 임신중지 약물 허가심사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국내 허가 후 처음 사용되는 2년간 의료기관에서 의사 조제로 사용해 국내 약물 사용 환경의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는지 전반적인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준수 의약품안전국장은 2024년 12월 미프지미소정(미프진)의 품목허가 신청이 접수돼 위해성 관리계획 등 일부 항목에 대한 보완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업체의 보완과 수입 절차가 차질 없이 마무리되는 것을 전제로 내년 1분기 안에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도입 후 첫 2년간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조제하는 방식으로 임신중지 약물을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낙태죄와 의사 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약사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아, 현행법상 약사가 임신중지 약물을 조제하면 처벌될 수 있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다.

향후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개정되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의사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곽순헌 보건의료정책관은 "2년 안에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이 이뤄지고 부작용 등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만, 법 개정이 안 되거나 부작용 우려가 나오면 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 대상은 우선 임신 9주 이하 임신부로 제한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임신 12주까지 사용을 인정하고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복지부는 국내 제품의 임상시험이 임신 9주 이내를 대상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제약사가 급여를 신청한 이후 검토할 예정이다. 비급여로 도입될 경우 의료기관의 가격 고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가격 비교 공개 등을 통해 가격을 관리·모니터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성년자가 임신중지 약물을 처방받을 때 보호자 동의를 의무화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원 장관은 "전체적인 청소년 보호체계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에 따른 접근성 문제도 과제로 남았다. 성평등부는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의 임신중지 약물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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