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동안 간직한 금팔찌 하나…엄마 찾아 대전 온 입양인

1974년 4월 11일 은행동에서 발견된 김연화씨, 52년 만에 대전 찾아
포대기 속 금팔찌가 유일한 단서…"기적이 이뤄지길"

브랜디씨가 52년 간 간직한 금팔찌. 친부모를 찾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단서다. 브랜디씨 제공

1974년 4월 11일 대전 중구 은행동에서 포대기에 싸인 채 발견된 갓난아기가 52년 만에 대전을 다시 찾았다. 미국으로 입양돼 살아온 브랜디 로세로(52)씨다.

브랜디씨는 생후 1~2주가량 된 갓난아기였다. 대전천 인근 은행동 365번지(현 331번지) 거리에서 발견됐지만, 아이의 이름이나 출신지를 알 수 있는 쪽지는 없었다.

다만 포대기 속에 함께 있던 작은 금팔찌 하나가 가족을 추정할 수 있는 유일한 흔적으로 남았다.

"기적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브랜디씨가 찾고 있는 것은 자신을 낳은 사람이 누구인지, 왜 당시 은행동에 홀로 남겨졌는지, 그리고 52년 전 자신을 기억하는 누군가가 아직 남아있는지다.

당시 행인에게 발견된 브랜디씨는 중부경찰서로 보내진 뒤, 곧바로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한국을 떠난 지 반세기. 그는 잃어버린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지난 15일 처음으로 대전을 다시 찾았다.

자신이 머물렀던 대전 벧엘원을 바라보는 브랜디(왼쪽)씨. 박우경 기자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대전 벧엘원(현 하람)이었다. 당시 벧엘원은 전쟁고아 등 보호자가 없는 아동 등을 돌보던 시설이었다.

이곳에서 브랜디씨는 '김연화'라는 한국 이름을 받았다. 하지만 친부모가 지어준 이름은 아니었다.

오래된 앨범을 넘겨보던 브랜디씨는 자신이 시설에 처음 입소했을 당시 찍힌 갓난아기의 사진을 발견했다.

벧엘원 입소 당시 브랜디씨 모습. 생후 1-2주로 추정된다. 박우경 기자

입소자 명단 비고란에는 '율 브린너'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하지만 친부모나 출생과 관련한 추가 정보는 더 이상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벧엘원 측은 과거 시설 앞을 지켜온 100년 된 향나무 조각을 브랜디씨에게 건넸다. 52년 전 자신이 머물던 당시에도 그 자리에 있었던 나무였다.

친가족을 찾을 단서는 아니었지만, 브랜디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같은 시간을 보낸 향나무의 흔적을 품고 벧엘원을 나섰다.

이어 자신이 발견된 장소인 은행동 331번지를 찾았다. 대전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선 브랜디씨는 한동안 말없이 주변을 바라봤다.

기억할 수 없는 장소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출생과 친가족을 이어주는 사실상 유일한 공간이다.

브랜디씨가 자신이 발견된 장소인 중구 은행동 대전천 인근(당시 은행동 365번지)에 서 있다. 박우경 기자

브랜디씨는 "어머니를 찾게 된다면 눈을 깊이 바라보고 꼭 안아드릴 것"이라며 "그리고 가장 먼저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남아 있을지 모를 기록을 찾기 위해 인근 행정복지센터도 찾았지만, 새로운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확인된 것은 당시 '김연화'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제적부 기록뿐이었다. 별도의 주민등록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브랜디씨는 주민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입양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어 경찰서를 찾았지만, 52년 전 행인의 신고 기록 역시 보존 기간이 오래 지나 확인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브랜디씨가 본격적으로 가족을 찾기로 결심한 건 두 아이를 낳고부터였다. 브랜디씨는 미국 미시간주의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됐으나 가정불화로 힘든 어린시절을 보냈다.

브랜디씨의 가족.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까스로 대학을 졸업한 브랜디씨는 남편을 만나 두 아이를 낳은 뒤, 현재 남부 캘리포이나에서 종양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브랜디씨 제공

그는 "입양인으로서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며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다는 느낌은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반은 한국인인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뿌리를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에게 친가족과 연결된 흔적으로 남은 것은 52년 동안 보관해 온 작은 금팔찌뿐이다. 누가 자신과 함께 남겨둔 것인지, 어떤 의미가 담겨 있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이제 브랜디씨는 1974년 4월 11일 대전 중구 은행동 331번지 일대에서 발견된 생후 1~2주가량의 여자아이를 기억하거나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브랜디씨는 "저는 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그것은 제 이야기이자, 동시에 제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이야기를 알고 계신 분들은 두려움이나 판단없이 부디 저희에게 연락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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