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검찰 '영상진술' 증거능력 배제 논란에 與의원 충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법안소위를 개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심사하던 중 더불어민주당 내 반발로 파행했다. 미성년 성폭행 피해자의 검찰 진술을 법정 증거로 활용할 통로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 제기됐고, 검사의 수사 행위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론이 맞선 탓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16일 오전 수사·기소 분리 체계에 맞춰 관련 조항을 정비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검사가 성폭력 피해자를 면담한 영상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내용을 두고, 민주당 김남희 의원이 해당 조항을 삭제하자고 요구하면서 범여권 의원들 간 충돌이 빚어졌다. 같은당 김용민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이 검사에게 관련 권한을 줘선 안 된다는 취지로 반대하면서 고성이 오갔고, 일부 의원들이 회의장을 떠나면서 소위는 결국 정회됐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영상녹화하고 이를 보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영상녹화물은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됐거나 피해자가 사망·외국 거주·신체 또는 정신 장애·소재불명 등으로 법정에서 진술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한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법안소위 심사 과정에서 검사가 피해자를 면담한 경우 영상으로 녹화된 진술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방안을 두고 여당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불거졌다.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도 검사 면담 영상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놓고 피해자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법안소위를 개회한 뒤 안건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사위원인 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검사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피해자 면담을 하고 피해자가 사망하는 등 예외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조문을 집어넣는 것은 너무나도 과도한 예외 인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해당 조항이 검찰개혁 원칙에 필요하다는 당내 주장에 대해서도 "대체 사망, 행방불명, 장애 등 진술이 어려운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이 검찰개혁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형사사법절차의 최소한의 원칙도, 피해자 보호도 외면하는 억지 조항을 집어 넣는 것이 과연 우리가 말하는 검찰개혁의 정신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개혁은 적어도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개정안 내용에 동의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원하는 검찰개혁이 피해자보호를 외면하는 비합리적인 조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같은 우려는 경찰 수사 현장을 다뤄온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연 '형사사건 변호사 간담회'에서 김예원 변호사는 검사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를 면담하더라도 해당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검사 면담 절차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 면담권 신청에 대해 "피해자가 (검사 앞에서) 1~2시간 울면서 얘기해봤자 증거로 쓸 수도 없다면 조롱당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며 "면담권은 피해자 요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니 증거 능력을 부여해주시거나 (증거 인정이 안 된다면) 차라리 제외하라"고 말했다.

경찰개혁추진단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경찰 수사 역량과 통제 장치에 대한 우려를 점검하고, 부실 수사와 무단 사건 종결 등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추진단은 이날 형사사건 변호사들로부터 경찰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듣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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