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대개 빨리 버려야 할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그러나 버린 뒤 어디로 가고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아롬의 신간 '유기농펑크 선언'은 이 익숙한 풍경을 뒤집어 음식물 쓰레기를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는 생활 방식을 제안한다.
책의 출발점은 '퇴비화'다. 저자는 음식물 쓰레기가 플라스틱이나 비닐과 달리 다시 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고가의 음식물처리기나 복잡한 설비 대신 밀폐용기와 미생물 제제를 활용하는 '보카시 컴포스팅'을 통해 부엌에서 나온 음식물을 퇴비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대학에서 원예학을 공부하며 산업형 농업이 대량의 자재와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접했다. 이후 기후위기와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며 각종 친환경 제품을 사용했지만, 소비 대상만 바뀌었을 뿐 물건은 계속 쌓인다는 한계를 느꼈다.
그가 찾은 대안은 '더 친환경적인 것을 사는 것'보다 이미 생긴 음식물 쓰레기를 자신의 생활권 안에서 소멸시키는 일이었다. 저자는 "퇴비화는 소비하는 대신 소멸하는 방식"이라며 쓰레기를 내놓은 뒤 처리 과정을 알 수 없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부엌에서 시작해 흙에서 끝나는" 순환이라고 설명한다.
개인의 실천은 공동체로도 이어졌다. 집에서 만든 퇴비를 비울 곳이 필요해지자 동네 공원에 '분해정원'을 만들었고, 이웃과 카페가 참여하면서 6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에는 농민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퇴비클럽'을 만들어 도시에서 만든 퇴비가 농가로 가고, 농가의 먹거리가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순환도 시도했다.
책은 이런 활동을 낭만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공공 지원 사업이 활동가의 헌신을 당연시하는 구조, 특정 개인에게 운영 부담이 집중되는 문제, 무급 공익활동 과정에서 겪은 번아웃도 함께 다룬다.
이아롬 지음 | 이김
기후는 인간을 만들어왔고, 인간은 다시 기후를 바꾸기 시작했다. 기상과학자 마이클 E. 만의 신간 '기후 빅 히스토리'는 45억 년에 걸친 지구의 기후 역사를 따라가며 오늘의 기후위기를 바라본다.
책은 지구 탄생과 생명의 출현, 공룡 대멸종, 빙기와 간빙기, 문명의 형성과 붕괴, 산업화 이후 온난화까지를 고기후 기록과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짚는다. 기후가 생명의 진화와 인간 문명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반대로 인간이 언제부터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는지를 함께 살핀다.
만은 기후위기를 지나치게 낙관하지도, 곧바로 파국으로 연결하지도 않는다. 빙하 붕괴나 메탄 방출을 둘러싼 극단적인 전망보다 과학적 증거를 차분히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구의 기후에는 일정한 회복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만든 온난화의 위험이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책은 과거 문명의 사례도 불러온다. 대규모 가뭄으로 흔들린 아카드제국과 프랑스혁명 전후의 이상기후 등을 통해 기후와 사회 변화의 관계를 살피면서도, 개별 기상현상 하나를 역사적 사건의 원인으로 단정하는 데에는 선을 긋는다.
특히 저자는 인류가 안정된 기후를 바탕으로 문명을 발전시킨 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문명을 만들면서 스스로 그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이제 기후의 영향을 받는 존재를 넘어 기후 자체를 바꾸는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래가 이미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온난화가 1.5도, 2도, 3도로 올라갈 때마다 생태계와 인간 사회가 받는 피해가 달라지는 만큼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는 모든 선택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마이클 E. 만 지음 | 박경미 옮김 | 재단법인여해와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