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의 조건부 항존직(목사·장로·권사 등) 정년 연장안이 부결됐다.
예장합동 총회는 16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제111회 정기총회 셋째 날 정치부 보고에서 항존직 정년 문제를 논의했다. 올해 정년 폐지와 연정과 관련한 헌의안 7건이 올라온 가운데, 정영교 총회장은 총대들의 허락을 받아 직접 발언자로 나서 조건부 정년 연장안을 성안했다.
이번 안은 교단 헌법상 항존직 정년인 만 70세를 유지하되, 개별 교회가 정관을 마련하고 노회의 허락을 받으면 목회자가 만 75세까지 교회 대표자로 시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당회장 외에 총회와 노회의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했고, 시행 시점은 2028년 1월로 제시됐다.
정 총회장은 농어촌과 미자립교회의 목회자 수급난을 안건 제안의 배경으로 들었다. 정 총회장은 "후임 목회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어촌 교회와 소규모 도시 교회 목회자들의 사정을 접해왔다"며 "이번 제안은 대형교회 목회자의 재직 연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후임자를 구하기 어려운 교회를 위한 제한적 보완책"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교회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과 정년 연장이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며 헌법 절차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전자투표 결과 찬성 425표, 반대 477표로 조건부 정년 연장안은 부결됐다.
찬성 측은 변화한 교회 환경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만 70세 항존직 정년은 1978년 제63회 총회에서 정해졌고, 당시 한국 남성 기대수명은 약 62세였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기대수명과 인구 구조, 목회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정년 제도 역시 현실에 맞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특히 농어촌 교회의 위기는 주요 쟁점이었다. 총대들은 목회자뿐 아니라 장로와 안수집사, 권사 등 교회 직분자를 세우기조차 어려워 제직회 운영이 흔들리는 현장이 적지 않다고 호소했다. 정년으로 목회자와 항존직이 잇따라 은퇴할 경우, 후임자를 구하지 못한 교회가 폐쇄나 합병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정년 문제로 교회가 다른 교단으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반면, 반대 측은 농어촌과 미자립교회의 어려움에는 공감하면서도, 헌법이 정한 절차를 우회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교단 헌법에 따르면 헌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려면 전국 노회 165곳의 3분의 1 이상에서 헌의가 올라와야 하는데, 이번 안건은 이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년 연장에 앞서 목회자 수급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교단 내 목회자 수와 연도별 은퇴 예정자, 신대원 졸업생 및 안수 인원, 지역별 교회 분포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 총대들은 "정년을 5년 늦추는 것만으로 농어촌·미자립교회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목회 모델과 지원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총대는 '정년 연장이 교회의 대외 이미지와 세대교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반 사회의 정년보다 긴 만 70세 정년을 더 연장할 경우 교회가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전도와 교회 신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은퇴를 앞둔 목회자의 재직 기간이 길어지면 사역지를 찾는 40·50대 목회자들의 기회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항존직 정년 연장안은 제108회 총회부터 이번 제111회 총회까지 해마다 상정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예장합동 총회는 정년 연장 여부를 넘어, 목회자 수급 현황과 농어촌·미자립교회의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작은 교회의 목회 공백을 줄일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