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대전 일대에서 대포 계좌를 모아 범죄 조직에 공급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20대 A씨 등 46명을 검거하고 이 중 17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구와 대전 지역에서 대포통장 계좌를 모집해 범죄 조직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계좌 모집책과 관리책, 공급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했다.
모집책은 지인이나 메신저 광고 등을 통해 계좌 명의자를 모집한 뒤 계좌 접근 매체를 넘겨받아 관리책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관리책은 접근 매체를 전달 받아 수당 등을 지급했고 계좌 공급책은 보이스피싱이나 도박사이트 등 범죄 조직과 연결해 대포 계좌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일부 피의자는 대구와 대전 지역 조직폭력배로 계좌 공급책과 관리책 등으로 대포통장 유통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조직원들이 범행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고 대포 계좌에 입금된 돈을 가로챈 관리책을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직폭력배 4명을 검거해 2명을 구속했으며 해외로 도주한 조직폭력배 1명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조직폭력배들은 조직원들의 범행 이탈을 막기 위해 위세를 행사하고 대포 계좌에 입금된 돈을 가로챈 관리책을 폭행하는 등 범행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좌 명의자들은 계좌 1개당 200만~500만원을 대가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사기관의 조사를 대비해 "대출 광고를 보고 신용점수를 올리기 위해 계좌 입출금 내역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계좌가 설치된 휴대전화를 퀵서비스로 보냈다"는 등의 답변을 미리 교육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계좌 명의자들이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계좌 명의자로 범행에 가담한 이들이 이후 다른 명의자를 모으는 모집책으로 역할을 바꿔 범행을 이어간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현재까지 대포 계좌 19개가 보이스피싱과 도박 범죄에 이용됐고 약 19억원 규모의 자금이 세탁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계좌 역시 범죄 수익금을 세탁하기 위한 이른바 'N차 계좌'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계좌 인증 등에 사용된 휴대전화 46대 등을 압수했고 유통 자금을 추적하는 한편 해당 대포 계좌를 이용한 범죄 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본인 명의의 통장이나 체크카드, OTP, 인증서 등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