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1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투자상품(ETF·ETN) 도입과 관련해 "우리는 반대·찬성 의사 표시를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내 자산운용사 사장단 간담회 참석 후 CBS노컷뉴스와 만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반대한 적 없다. 개인적으로 반대 의견이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찬성인지, 반대인지 물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5월 27일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최대 쟁점은, 상품 도입을 애초에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다.
출시 넉달 전인 지난 1월 13일 청와대가 비공개로 주재한 '자본시장 투자 매력도 제고' 회의에서 김용범 전 정책실장과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및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관련 연구소 관계자 1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처음 도입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 대표는 이 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이다. 배 대표는 당시 회의에 "운용사(대표)는 나 혼자 갔다"며 "나머지는 다 증권사였다. 증권사에서도 미래(에셋)하고 삼성, 한 두세 군데 왔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얘기는 나왔던 것 같은데 기억이 확실치 않다"면서 "원화가 왜 이렇게 약해졌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을 얘기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원화가 약해진 이유 중 하나가 '해외 투자가 많아지고 해외에 가서 레버리지하고 이런 게 있을 거 아니냐' 그런 얘기가 있었을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배 대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해서는 "반대하냐 찬성하느냐 물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질문을 받지 못해 의사표명도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물어봤다면 개인적인 입장은, 레버리지는 개인들한테 돈을 벌고 까먹게 하는 수단이다. 내 개인적인 투자 철학인 미래 성장의 장기 투자에 반대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 ETF·인버스 도입을 제가 했다. 어떻게 작동되는지 내가 다 안다"며 "하이닉스 본주는 올랐다 빠져도 되돌아오면 본전이지만 레버리지는 그렇지 않다. 그런 걸 제대로 아는 사람이 예전엔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국회 운영위원회(겸임)와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월 13일 회의에 앞서 청와대는 참석 업체 5곳을 정해 금투협을 통해 사전 의견 제출을 받았다. 대상 업체는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신탁운용 △삼성자산운용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으로, 이들 업체의 제안 가운데엔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 의견은 없었다.
배 대표는 "자료를 회의에 가져갔다"면서도 "(환율) 관련해서 우리 업계 의견을 들은 건데 가져간 거를 얘기할 상황이 없었다. 한 마디도 못 했다. 그냥 듣고만 왔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국내 시장에 최초로 ETF를 도입해 'ETF의 아버지'란 별칭을 얻은 인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논의가 처음 이뤄진 해당 회의에 유일한 자산운용사 대표로 참석했다.
그러나 청와대 회의 주최 측인 청와대 김용범 전 실장 등을 비롯해 그 누구도 상품 도입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정황은 따져볼 문제로 보인다. 애초 청와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굳히고, 마치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의견을 구해 결정한 것처럼 형식적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전 실장은 문제의 청와대 비공개 회의 직후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금융당국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건의했다고 밝혔고, 이어 1월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상품 출시를 위한 규제 완화 입장을 공식 발표하며 추진이 급물살을 탔다.
한편, 국민의힘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은 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의사 결정과 관련해 배 대표를 포함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증인 신청 명단에 포함한 상황이다. 최종 증인 채택 여부는 여야 합의를 거쳐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