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에너지 공급 차질로 아시아 각국의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공동 대응에 나선다. 전기화를 중심으로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IEA와 '회복탄력적·통합적 아시아 에너지 안보 협력(RISE ASIA·라이즈 아시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의 면담 직후 이뤄진 이번 발표는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제안한 에너지 안보 협력 구상의 후속 조치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중동 분쟁은 사상 최대 규모의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을 일으켰다"며 "이번 에너지 위기의 즉각적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은 국가는 아시아의 수많은 개도국"이라고 말했다.
기후부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90%가 아시아로 향하는 만큼 중동발 공급 차질에 아시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다.
라이즈 아시아는 크게 세 가지를 협력축으로 삼는다. 원유·LNG 수급과 전력 공급 안정성을 통합 진단하는 위기 공동대응, 청정전력 인프라와 계통운영 제도 개선을 묶은 전기화 협력, 에너지 접근성 문제를 다루는 개방형 정책대화다.
특히 양측은 전기화를 에너지 안보와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핵심 수단으로 제시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현재 전 세계 에너지 투자의 절반 이상이 전력망, 저장장치, 재생에너지, 원전, 에너지 효율 및 전기화 분야로 집중되고 있다"며 "전기화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기화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유연한 전력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한국이 산업 성장과 전기화, 에너지 안보를 결합한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한다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기후위기는 어느 한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초국경적 위험"이라며 "아시아 지역이 함께 에너지 대전환과 전기화를 앞당기고, 회복력 있는 전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IEA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뒤 라이즈 아시아의 세부 추진과제와 이행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