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남대서양에서 침몰해 선원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참사와 관련해 선사 측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 모두 감형받았다. 과실 책임은 더 넓게 인정했지만 오히려 형량은 줄어든 판결에 실종자 가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17일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혐의로 기소된 폴라리스쉬핑 전 회장 김완중(71·남)씨에게 1심보다 1년 감형된 금고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 해사 본부장 김모씨는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공무부장 변모씨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김씨에게 금고 2년, 변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나머지 임직원 4명에 대한 무죄 판단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1심이 인정한 선사 측 과실에 더해, 스텔라데이지호의 '경창 양하·격창 적재' 운항과 침몰 사이의 인과관계가 법정에서는 처음으로 인정됐다.
'격창 적재·양하'는 선박 내 여러 화물창에 화물을 고르게 싣거나 내리지 않고 일부 화물창 화물만 채우거나 비우는 방식이다. 이는 필요한 상황에서 특정 화물창의 화물만 빠르게 내려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하중이 불균등하게 쏠려 선박에 구조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유조선에서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될 당시 한국선급으로부터 출·입항 때 모든 화물창에 화물을 균일하게 적재하는 조건으로 승인받았다. 그러나 선사 측은 4개 항차에서 승인 조건과 달리 격창 양하·적재 방식으로 선박을 운항했다.
1심은 당시 제출 증거만으로는 격창 양하·적재와 선체 손상, 침몰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재결 등을 추가 검토해 이를 인정했다.
다만 항소심은 피고인들의 과실 책임은 더 넓게 인정하면서도 형량은 오히려 줄이고, 무죄도 유지했다.
재판부는 침몰 사고의 발생원인과 경과, 인명피해 정도, 피고인들의 지위와 역할, 주의의무 위반 정도 등을 양형 이유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1심에서 실종·사망 선원 22명 가운데 19명의 유족과 합의했고, 항소심에서 추가로 유족 2명과 합의했다"며 "합의하지 못한 나머지 1명을 위해 1심에서 7억 원 이상을 공탁하고,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7억 원 이상을 공탁하는 등 금전적으로나마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 등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재판 직후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형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10년 만에 법정에서 처음 격창 양하가 침몰의 직접 원인이라고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원인으로 인정됐다면 모두 유죄가 나오고 형량이 늘어났어야 한다"며 "업무상 과실과 인과관계를 더 인정하고도 어떻게 형량을 깎아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죄는 인정하지만, 죗값은 묻지 않는다는 이상한 논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 측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유지된 4명의 유무죄 여부를 다투기 위해 검찰에 대법원 상고 필요성을 전달하기도 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철광석 26만t을 싣고 남대서양을 운항하다 침몰했다. 승선원 24명 가운데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고,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 선원 14명 등 22명은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