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협상과 관련해 거의 합의 단계에 이르렀지만 일부 세부 조건에 동의하기 어려워 다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 손실 발생 시 처리 방식 등을 둘러싸고 막판 조율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미투자 협상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제가 내용을 보니까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어서 다시 또 얘기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지난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대미투자 첫 사업과 세부 협상 내용을 비공개로 보고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연기했다. 국회 보고는 오는 21~22일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비춰보면 국회 보고 연기는 대미투자의 세부 조건을 둘러싼 한미 간 막판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대미투자를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라고 규정했다. 3500억달러, 약 5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로 한미 관계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투자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한미 간 합의 과정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내가 반드시 합의문에 넣어야 된다고 했다"며 "두 번째 정상회담 다음 날 아침 7시 반까지 타협이 안 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우리가 원한 바대로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표현을 넣었다"며 "엄청 어려운 일이고 다른 나라에 없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투자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상업적 합리성을 둘러싼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한다. 법에도 그렇게 돼 있고 상업적 합리성을 심사하게 돼 있다"며 투자금 회수 방식과 수익 배분, 손실 발생 사업의 처리 문제 등을 주요 협상 과제로 거론했다.
이어 "실무 협상단은 어려움이 있지만 저도 밤잠을 설칠 만큼 고민을 많이 한다"며 "국익이라고 하는 건 정말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즉흥적으로 또는 어떤 관계, 압박, 강요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이 그런다는 건 아니다. 제가 가진 원칙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국익이 훼손되지 않고 한미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사업을 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한국 반도체 기업 추가 투자 요구에 대해서도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고 언급한 뒤 "어느 정도 규모로 더 늘릴 것인지는 기업의 경영 판단도 있고 대한민국의 산업 전략과 관계된 것"이라며 "기업의 의견을 존중해가면서 대한민국의 국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합리적 결론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