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명의 죄 없는 자와 한 명의 죄지은 자를 죽이겠다."
경찰에 도착한 한 통의 경고장이 무차별 살인의 시작을 알린다. 동시에 유명 여성 인권 운동가를 향한 협박과 테러 위협도 점점 수위를 높여간다.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은 조금씩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스티븐 킹의 66번째 장편소설 '절대 쫄지 마'는 왜곡된 정의감과 신념이 어떻게 폭력으로 변하는지를 두 개의 범죄를 통해 밀어붙이는 범죄 스릴러다.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처음 등장한 뒤 '아웃사이더', '피가 흐르는 곳에', '홀리' 등을 거치며 킹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 잡은 사설탐정 홀리 기브니가 다시 주인공으로 나선다.
첫 번째 사건은 이른바 '대리 배심원 살인 사건'이다.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앨런 더프리가 교도소에서 숨진 뒤, 실제로는 직장 동료가 승진 경쟁 때문에 증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후 누군가가 잘못된 판결에 대한 '속죄'를 주장하며 죄 없는 사람들을 차례로 살해하기 시작한다.
범인의 논리는 섬뜩하다. 사법제도가 무고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다면, 그 책임을 사회가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이다. 범행 현장에서는 더프리의 재판에 참여했던 배심원들의 이름이 적힌 쪽지가 발견된다. 정의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은 어느새 또 다른 무고한 희생자를 만드는 광기로 변한다.
홀리에게는 동시에 또 다른 의뢰가 들어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 1200만 명을 보유한 여성 인권 운동가 케이트 매케이의 출간 기념 투어 경호다. 임신 중지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매케이를 겨냥해 괴한이 조수에게 락스를 뿌리는 사건이 발생한 뒤 협박은 점점 구체적인 테러 위협으로 번진다.
'절대 쫄지 마'에서 킹이 그리는 악은 초자연적인 존재보다 현실에 가깝다.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순간 타인의 생명까지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괴물이나 유령 대신 현실에서 마주칠 법한 극단적 신념과 사적 제재가 더 큰 공포를 만든다.
스티븐 킹 지음 |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불길도, 악마의 고문도 없다. 원하는 음식은 키오스크로 주문할 수 있고, 침실은 매일 정리된다. 죽어도 다음 날 다시 살아난다. 얼핏 천국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지옥이다.
스티븐 L. 펙의 소설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는 죽은 뒤 거대한 도서관에 떨어진 소런의 이야기다. 탈출 방법은 단 하나. 끝없이 이어지는 서가 어딘가에 있는, 자신의 일생이 정확히 기록된 책 한 권을 찾아 반납구에 넣는 것이다.
문제는 그 책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찾을 가능성이 완전히 0이라면 포기라도 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람을 계속 움직이게 한다. 수백 년 동안 책을 펼치고 버리고, 다시 찾아 읽는 일이 반복된다. 이 소설에서 희망은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 형벌의 일부가 된다.
지옥의 풍경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기묘해진다. 사람들은 대학을 만들고, 학위를 만들고, 종교를 만들고, 계급을 만들고, 서로를 괴롭힌다. 죽음조차 끝이 아닌 세계에서 인간은 결국 지상에서 하던 일을 되풀이한다.
그러나 이 소설이 오래 남기는 것은 공포보다 시간과 사랑의 문제다. 소런은 지옥에 온 지 102년째 레이철을 만나고, 두 사람은 인간의 한 생애를 훌쩍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그 사랑마저 영원하지 않다.
펙은 진화생물학자다. 베트남 땀다오 국립공원에서 생태조사를 하던 중 희귀 세균 감염으로 열흘간 현실과 환각을 구분하지 못한 경험을 한 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진짜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사로잡혔다. 여기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에서 얻은 발상을 더해 이 작품을 썼다.
스티븐 L. 펙 지음 | 김항나 옮김 | 자음과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