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가속페달 밟았나?"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재현 감정 실시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당시 12살 이도현 군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18일 오후 당시 사고 현장에서 홍제동 회산로에서 사고 차량과 동일한 연식과 사양 차량을 이용한 법원의 재현 감정이 진행됐다. 전영래 기자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당시 12살 이도현 군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18일 오후 당시 사고 현장에서 홍제동 회산로에서 사고 차량과 동일한 연식과 사양 차량을 이용한 법원의 재현 감정이 진행됐다.

앞서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민사2부(심영진 부장판사)는 지난 4일 도현 군의 가족(원고 측)이 KG모빌리티(KGM·옛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에서 오는 10월 2일 이전 사고도로 현장에서 경찰의 교통 통제 하에 재현 감정을 실시하고 감정인에게 감정결과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의 감정 촉탁에 따라 실시된 이번 재현 감정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경찰의 통제 하에 사고 차량과 동일한 연식·사양의 티볼리 에어 차량으로 실시했다. 시험차량과 계측기는 원고 측에서 직접 구입했으며 법원이 선정한 감정인과 원고·피고 측, 운전자 등이 재현 감정에 참여했다.

해당 차량은 지난 2024년 4월 재현 시험에 투입된 것과 같은 차량으로 운전자 역시 이전 감정에 참여했던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대를 잡았고,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도 조수석에 탑승했다.

이번 재현 감정은 앞서 국과수 감정과 1심 판결에서 운전자 과실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됐던 '모닝차량 충돌 직전 1초간 약 2400rpm 급락' 현상이 실제 어떤 페달 조작에서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국과수와 1심은 RPM 급락을 "운전자가 D→N→D로 조작하며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재현 감정을 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는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이에 이날 법원 감정인은 사고 당시 도로·동일 차종·동일 속도(약40km/h)·동일 변속 조건에서 N→D 변속 직후 가속페달을 계속 밟았을 때,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각각 1초간 RPM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전용 계측기와 계기판 영상 촬영을 통해 직접 측정했다.

앞서 지난 2024년 도현 군 가족이 같은 조건으로 실시한 재현 실험(항소심 증거 제출)에서는 △가속페달 유지했을 때→약 500rpm 하락 후 즉시 재상승 △가속페달 땠을 때→ 약 2200rpm 하락 △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약 2300rpm 하락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원고 측은 "국과수 사고차량 분석 그래프의 약 2400rpm 급락과 유사한 현상은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가 아니라, 가속페달을 뗐거나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에만 재현됐다"며 "이번 감정은 사고 당시 모닝 차량 충돌 직전의 N→D 변속 상황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세가지 상황에 따른 1초간 RPM 변화를 국과수 사고차량 분석결과와 직접 대조·검증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재현 감정은 국과수의 해석이 정확했는지 여부가 실증적인 검증대에 오르는 것으로, 최종 감정보고서는 다음 달까지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다음 변론준비기일은 오는 11월 9일 열릴 예정이다.

원고 측 소송대리를 맡은 하종선 변호사는 "앞서 도현 군 가족 측이 실시했던 재현 시험에서 나온 결과가 법원 감정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면, 적어도 사고 당시 운전자가 충돌 직전까지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있었다는 국과수의 해석에는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나아가 이 사건의 다른 증거들과 함께 본다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실증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감정이 끝난 뒤 도현 군 아버지 이상훈씨는 "가속페달을 계속 밟은 상태에서는 국과수가 분석한 것과 같은 정도의 RPM 하락 폭이 나타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감정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사고 원인을 가리는 핵심 감정에 필요한 차량과 장비까지 유가족이 직접 마련해야 하는 현실은, 급발진 소송에서 피해자 가 짊어진 입증책임의 무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

이번 사건은 지난 2022년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당시 도현 군을 태운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서 급가속 현상이 나타난 뒤 사고로 이어지면서 도현군이 숨지고 운전대를 잡았던 도현 군의 할머니가 다치면서 발단이 됐다.

도현이 가족 측은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발생'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으나 1심 재판부 도현군의 할머니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도현이 가족은 손해배상 소송에서 결함 입증 책임 주체를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하는 '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도현이법)'을 제정해달라고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내기도 했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법안 심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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