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화려한 막을 올릴 예정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개막도 하기 전부터 거듭되는 운영 미숙과 행정 난맥상으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한국 선수단은 대회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행정 처리로 인해 잇따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상현 선수단장이 이끄는 대한민국 선수단 본단 122명은 지난 17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주부국제공항을 통해 현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입국 첫날부터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기수로 나선 신유빈(탁구)과 서승재(배드민턴)가 인천공항 출국 당시 당당하게 치켜들었던 깃대 달린 태극기를 입국장에서는 펼쳐 보이지 못한 것이다. 현지 경찰이 보안 및 자체 규정을 이유로 태극기 반입을 원천 제지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가 깃대를 제외하고 천 국기만 들겠다고 거듭 항의했으나, 현지 경찰은 "모든 참가국의 공항 내 국기 휴대를 금지한다"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국제대회 현지 공항 입국 시 국기를 들고 들어서는 것은 통상적인 관례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지나치게 경직된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미애 주나고야 총영사와 민단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선수들을 맞이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첫인상부터 험악해질 뻔한 해프닝이었다.
공항에서의 씁쓸한 해프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경기장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국가의 품격을 무색하게 만드는 황당한 의전 실수가 터져 나왔다.
민태석 감독이 이끄는 남자 하키대표팀은 18일 일본 기후현 그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글라데시와의 A조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귀를 의심케 할 정도의 당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했다.
경기 전 진행된 국민의례 순서에서 장내 아나운서는 애국가를 송출하겠다고 분명히 안내했으나, 막상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 것은 북한 국가였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장내 아나운서가 곧바로 방송을 통해 착오를 사과했으나 이번에는 엉뚱하게도 방글라데시 국가가 먼저 재생됐다.
양 팀 선수가 인사를 나누고 경기를 시작하려는 찰나에야 비로소 뒤늦게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대표팀은 제대로 된 국민의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그라운드에 나섰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회 조직위원회에 즉각 공식 항의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어수선하고 당황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대표팀은 흔들림 없는 실력으로 진가를 증명했다. 남자 하키대표팀은 방글라데시를 상대로 5-0 완승을 거두며 준결승을 향한 첫 관문을 산뜻하게 통과했다. 3년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의 아쉬움을 털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이들의 투혼은 빛났지만, 개최국을 향한 시선은 개운치 않다. 국기 반입을 가로막는가 하면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국제무대에서 국가를 혼동하는 등 기초적인 행정 사고를 연발하는 것은 주최 측의 역량과 자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안방에서 대회를 치르는 일본 측의 미숙한 운영과 안이한 태도가 이어진다면, 남은 기간 공정한 대회 운영을 바라는 참가국들의 신뢰는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