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기후정의연합예배…"들어라 땅의 탄식을, 행하라 하나님의 정의를!"

19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진행된 '2026 기후정의연합예배'. 이번 연합예배는 30여 개 교회와 단체들이 공동주최했다. 오요셉 기자

그리스도인들이 기후위기를 생명과 정의, 신앙의 문제로 고백하며 끝없는 성장과 개발의 질서에서 벗어나 생명을 살리는 전환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과 기독교환경운동연대, NCCK 기후정의위원회 등은 19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2026 기후정의연합예배'를 드리고 '919 기후정의행진'에 동참했다.

'들어라 땅의 탄식을, 행하라 하나님의 정의를'을 주제로 열린 연합예배는 인간의 욕망과 과소비가 땅과 생명을 병들게 했다는 참회의 고백으로 시작됐다. 예배 참석자들은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를 인간의 탐욕과 성장 중심 문명이 낳은 폭력으로 규정하고, 기후재난의 피해자와 파괴되는 생태계를 기억하며 생명 전환의 길을 모색했다.

예배 공간에는 고난받는 세계를 외면하지 않고 그 한가운데로 들어오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연대를 상징하는 '지구 고난의 십자가'가 놓였다. 십자가는 416희망목공소가 기후변화로 사막화가 진행되는 몽골 엘승타라스 지역의 죽은 비술나무로 제작했다. 생태계가 겪는 상처와 고통을 마주하는 동시에, 상처받은 세계를 새롭게 하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믿고 따르겠다는 고백을 담았다.

흙은 무분별한 개발과 착취로 탄식하는 땅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생명을 품고 다시 싹을 틔우는 창조의 터전을 의미한다. 천과 성서는 전쟁과 탐욕이 만든 오늘의 세계와, 탄식의 한가운데서도 새 창조의 길을 여는 하나님의 말씀을 나타낸다. 물그릇은 세례의 표징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총과 새로움을 상징한다.

"생명과 가치가 우선되게 하소서"

예배 참석자들은 "기후위기의 고통은 가장 약한 이들에게 먼저 찾아온다"며 "우리가 보지 않았던 이웃의 고통을 보고, 외면했던 생명의 아픔을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예배 참석자들은 기후재난의 피해자와 파괴되는 생태계를 기억하고, 에너지 과소비 산업과 무분별한 개발에 맞선 교회와 시민의 실천을 다짐했다.

특별히, 최근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 피해를 기억하며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무분별한 개발과 핵·화석에너지 의존이 땅과 바다, 하늘을 신음하게 하고 빙하를 녹여 해수면을 높였다"며 기후재난으로 생명과 삶의 터를 잃는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황준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성장과 발전이라는 바벨탑을 끊임없이 쌓아 올리며 자멸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며 "효용과 실용, 이익보다 생명과 가치가 우선하도록 다음세대를 교육하고, 혐오와 차별에 맞서 화해와 일치의 문화를 세우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인간의 폭주를 멈추고 힘과 자본에 맞서 정의의 목소리를 내며 생명의 편에서 연대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 윤은성 활동가는 "기후위기에 가장 적은 책임을 가진 이들이 먼저 집과 생명을 잃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게 해 달라"며 "편리함과 각자도생을 좇는 삶이 다른 사람과 다른 생명의 희생 위에 세워지지 않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그러면서 새만금과 가덕도 신공항, 홍천 양수발전소, 신규 핵발전소와 송전탑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위협받는 지역의 생명과 주민들을 돌아봤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김신영 박사는 "인간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온 지구적 생명과 깊이 연결된 존재임을 깨닫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피조물의 상처를 자신의 상처로 끌어안는 생태적 감수성을 갖고, 환경정의와 기후정의, 생태정의가 먼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늘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가난·공유·저항의 신앙 실천"


김은득 목사는 "가난을 추구하고, 공유하는 삶을 실천하고, 대체용품을 사용하고, 저항하고, 홍보하며 기도하는 삶을 통해 '희망의 운동'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오요셉 기자

설교자로 나선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김은득 목사는 기후위기를 "기후위기의 시대를 넘어 기후재앙에 들어선 시대"라고 진단했다.

김 목사는 "물질문명의 발전이 전쟁으로 이어졌고, 과소비를 부추기는 사회가 기후위기를 낳았다"며 "그리스도인은 한 손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한 손에는 역사를 들고 기후재난과 생태계 파괴라는 시대의 징후를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기후위기 시대의 신앙 실천으로 '가난을 추구하는 삶'과 '공유의 삶'을 제시했다. 더 많이 소유하고 소비하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쓰고 과도한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큰 차와 일회성 소비를 당연하게 여기는 생활문화를 돌아보고, 물건을 덜 사고 오래 쓰며 대체용품을 사용하는 생활의 전환도 요청했다.

또, 교회와 지역공동체 안에서 차량과 생활용품, 각종 장비를 나누는 공유의 방식을 제안했다. 김 목사는 "모든 가정이 각각 소유하기보다 필요한 물품과 이동수단을 함께 사용하면 불필요한 생산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며 "이러한 삶이 인간만의 편의가 아니라 자연과 이웃 생명, 미래세대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개발 중심 정책과 탄소 다배출 기업을 향해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김목사는 "기후위기 대응을 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신앙 공동체가 '희망의 운동'을 일으켜 생활양식은 물론, 사회 구조의 전환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3대 메가프로젝트, 생태적 한계부터 물어야" 

예배 참석자들은 "소수의 대기업을 위해 우리 모두의 지구가 파괴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기업을 향해 개발과 성장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온 땅의 탄식을 듣고 정의롭게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기후정의연합예배 준비위는 정부가 올해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규탄했다. 준비위는 AI와 반도체 산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산업 경쟁력만을 앞세운 개발이 화석연료 발전 의존과 신규 송전망 건설, 지역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증언에 나선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 공동행동 이현석 정책위원은 강원도 강릉·동해 지역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언급하며, "AI와 반도체 산업이 필요로 하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현실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데이터센터 확산이 단기간의 전력 확보를 위해 석탄·가스발전에 의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AI와 반도체 산업 확대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경우, 발전소와 송전선로 건설 부담이 지역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지구에 주어진 생태적 용량의 한계 안에서 우리가 계획을 짜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일자리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뿐 아니라, 미래세대가 감당할 전력·물·생태계의 비용을 함께 고려하는 산업·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예배 후엔 '9.19 기후정의행진'에 동참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의 기도가 성전 안에 머물지 않고 생명을 살리는 정의의 길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불타고 탄식하는 땅을 향한 애도를 생명을 살리는 행동으로 이어가고, 기후위기 시대의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3대 메가프로젝트 중단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비롯해, 기후위기 속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기본권 보장, 생태적 전환과 공공성 강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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