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민심 수습과 국면 반전 카드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 후보자를 끝까지 방어했던 여당으로선 상처를 추스르는 동시에 흐트러진 전열을 다시 짜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김승원 낙마 여파 휩싸인 與…'총력 사수' 머쓱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당초 20일로 잡혀 있던 취임 한 달 기념 기자단 티타임을 순연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 금요일에 기자회견을 했고, 하루이틀 만에 대표의 기자회견은 시간(간격)도 물리적으로 짧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표면적 이유와 달리 당 내부에선 고심이 읽힌다. 김 대표는 지난 19일 SNS에 "제 부족함이, 저희의 부족함이 뼈아파 울컥한다"며 몸을 낮췄다. 국정 지지율이 30%대까지 밀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회견에서 직접 사과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 국정 공동 책임을 자임하며 당내 결속을 다잡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건 김 전 후보자를 감싸온 방식과 무관치 않다. 각종 논란에 휩싸인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는 낙마 전부터 거리를 뒀지만, 자당 소속인 김 전 후보자에 대해선 사퇴 전날까지 "지켜보면 볼수록 잘된 인사"라며 사수에 당력을 실었다. 지난 15일 청문회에선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김 후보자의 눈물에 함께 눈가를 훔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런 기조는 민심과 거리가 있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청문회 당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조사에서 김 전 후보자 임명 반대는 52.1%로 찬성(25.1%)의 두 배를 웃돌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자체 평가를 근거로 17일 법사위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 이 대통령이 회견에서 '국민 눈높이'를 거론하고 김 전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방어에 총력을 쏟았던 당은 머쓱한 위치에 서게 됐다.(KSOI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5.9%.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습책 고심…민생·개헌 드라이브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회견에서 연임 개헌 논란에 선을 그은 것을 '국정 전환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야당이 밀어붙여 온 정치적 프레임이 동력을 잃은 만큼, 이 지점을 발판 삼아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개헌추진단은 20일 국회에서 출범 회견을 열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제 말꼬리 잡기보다는 진지한 개헌 논의로 전환할 때"라며 이 대통령이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은 만큼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개헌추진단장은 2028년 총선과 거리를 둬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개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생 역시 총력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 전까지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는 데 화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1930억원 규모의 성수품 할인 지원 예산과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 리터당 100원 인하 등을 홍보하며 '일하는 여당'을 부각하고 있다. 21일엔 농지 전수조사 당정협의회와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 방문을 잡아, 급속히 악화한 정책 반발 여론을 진화하는 데도 공을 들일 예정이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겨눈 역공에도 화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민주당은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사건의 수사자료 유출 의혹을 고리로 한 의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의 내밀한 수사자료를 누구에게 받았느냐"며 경찰의 즉각 수사 착수를 촉구했다.
탄원서 후폭풍에 강신철 공세까지…진통 예상
다만 여파를 걷어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 한동훈 의원을 겨눈 역공부터 의혹 자체가 아니라 의혹 제기자를 겨냥하는 모양새라, 폭넓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한 의원에게 자꾸 떡밥을 던져주면 오히려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며 "좀 더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김 전 후보자의 추가 의혹이 담긴 전직 보좌진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재점화한 상황이다. 탄원서에는 과거 성추행과 사건 무마 정황, 추가 음주운전, 보좌진을 향한 폭언 등의 주장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은 "자진 사퇴가 아닌 도주"라며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한편, 여당이 관련 제보를 미리 알고도 묵살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을 긋고 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탄원서가 중앙당에 전달됐다가 묵살됐다는 의혹에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고, 조계원 대변인도 중앙당이 접수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겨눈 야권 공세까지 겹치자, 박 수석대변인은 "야당은 야당이고, 국정은 국정대로 이어가야 한다"며 집권여당으로서 할 일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개각 관련 이슈를 최대한 서둘러 매듭짓는 동시에, 추석 밥상 민심을 겨냥한 다각도의 수습책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사 검증 실패 논란과 탄원서 후폭풍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당장은 최대한 자세를 낮춰야 한다"며 "개각 국면이나 인사 검증 차원에서 당의 실책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