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22일 국회 보고 추진…추석 전 타결 분수령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연합뉴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협상이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정부와 국회는 오는 22일 국회에 협상 내용을 보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17일로 예정됐던 국회 보고가 한 차례 미뤄진 만큼 22일 보고가 이뤄질 경우 한미 협상이 상당 부분 진전됐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막판 쟁점은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 손실 위험을 어떻게 나눌지다. 정부는 한미 합의와 국내법에 담긴 '상업적 합리성'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 세부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8일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 손실 발생 사업의 처리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공개했다.

막판 협상 진전됐나

21일 여권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다음 날 오전 정부로부터 대미투자 협상 내용을 보고받는 일정을 국민의힘과 조율하고 있다.

재경위 여당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2일 보고 여부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경위 소속 다른 여당 의원도 21일에는 회의를 열지 않고 22일 정부 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보고 일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산중위는 21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계획서 채택 등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지만, 회의 자체를 22일로 미루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회 보고 일정은 한미 협상의 진척 상황과 맞물려 있다. 경제정책통으로 꼽히는 한 여당 중진 의원은 "미국과 협상이 마무리돼야 국회 상임위에 보고할 수 있다"며 "지난 17일로 예정됐던 보고도 협상이 끝나지 않아 미뤄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당초 17일 국회 보고를 추진했지만 양국 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일정을 연기했다. 산업부는 당시 "미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며 접점 모색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22일 보고가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한미 협상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산업부는 양국이 여전히 세부 조건을 조율하는 단계이며 국회 보고 일정도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상업적 합리성 없이는 국민에게 설명 어려워"

1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방송이 생중계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막판까지 풀어야 할 핵심 쟁점은 투자 원금과 수익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느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제가 내용을 보니까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어서 다시 또 얘기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 손실이 발생한 사업의 처리 방식 등을 주요 협상 과제로 꼽았다.

한미전략투자특별법 시행령은 개별 사업의 예상 존속기간 동안 한국에 분배되는 총예상 수입이 투자 원리금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 경우를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한미 MOU에도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는 원칙이 담겨 있다.

정부가 최종 협상안을 보고하면 국회는 원금 회수뿐 아니라 일정한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한 재경위원은 "상업적 합리성이 명확히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텍사스 발전소부터 원전·LNG까지

첫 사업으로는 223억달러 규모의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AI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발전사업으로, 한국의 실제 투자액은 향후 지분·차입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공개된 사업 규모는 약 6.3~6.4GW 수준이다.

핵심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장기간 사줄 기업을 확보하는 문제다. 데이터센터 운영기업 등과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야 판매가격과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미는 PPA와 한국 기업의 사업 참여 범위 등을 놓고 세부 조건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조달·시공과 기자재 공급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장할지도 쟁점이다. 한미 MOU에는 한국 기업의 사업 참여를 뒷받침할 장치가 담겼지만 실제 수주 물량까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2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한미 MOU 체결 당시보다 상승한 점도 변수다. MOU상 약정이율이 납입 시점의 미 국채 20년물 금리와 연동돼 있어 금리가 오르면 한국이 받을 이자도 늘지만, 사업이 원리금을 갚기 위해 창출해야 하는 현금도 그만큼 커진다.

수익 정산 방식도 쟁점이다. 정부는 여러 사업의 수익을 모아 원리금 상환에 활용하는 구조를 설명해 왔지만, 최근 미국이 사업별 정산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산업부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사업별 정산 방식이 채택될 경우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다른 사업의 원리금 회수에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후속 사업으로는 미국 내 대형 원전 최대 8기 건설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반면 한국은 APR1400을 일부 포함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노형의 적용 규모와 건설 순서,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와 국내 기업의 사업 참여 범위 등이 협상 쟁점으로 거론된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도 협의 대상이다. 다만 막대한 건설비와 장기 수요, 가격 경쟁력 등을 따져야 하는 만큼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경제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사업 정하기 전에 송금부터?

첫 투자금을 언제 보내느냐도 막판 쟁점이다. 한국이 약속한 대미투자 3500억달러 가운데 전략투자는 2천 억달러, 조선협력투자는 1500억달러다. 전략투자의 연간 투자 한도는 200억달러다. 한미 MOU는 미국의 투자처 선정 통지를 받은 날부터 최소 45영업일이 지난 뒤 투자금을 납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올해 전략투자 연간 한도의 절반인 100억달러 안팎을 먼저 보내라고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부는 첫 송금 규모와 시기 모두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만약 개별 사업의 수익성과 회수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기 전에 자금 납입을 요구받는다면 정부가 강조해 온 '상업적 합리성' 원칙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도 미국이 실제로 사업 확정 전에 자금 납입을 요구했는지, 요구했다면 어떤 조건이 붙었는지를 국회 보고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MOU에는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한국이 납입 시기와 규모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담겨 있다. 산업부는 첫 송금의 규모와 시기, 투자 대상 사업 모두 아직 한미 간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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