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과 홈 텃세라는 '안방 특혜'를 쥐고도 태극전사의 적수가 되기는 역부족이었다. 온갖 악재를 잠재운 한국 농구가 일본의 안방을 침묵시키며 아시안게임 정상에 우뚝 섰다.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개최국 일본을 67-5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승리는 단순히 승리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대회 개막 직후부터 이어진 납득하기 어려운 악재와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그리고 코트 위에서 마주한 석연찮은 판정까지 정면으로 돌파해낸 값진 결과였다.
한국은 대회 전부터 최악의 환경에 직면했다. 훈련을 위해 매번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고, 극심한 교통체증까지 겹치면서 선수들의 피로 부담은 가중됐다. 주장 이승현을 비롯한 선수들도 도를 넘은 부실한 대회 운영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설상가상으로 결승 당일에는 이동 버스 노쇼 사태까지 터지며 오전 훈련 일정이 통째로 날아가는 치명적인 불이익을 겪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에게 위기는 곧 기회였다.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한국 선수들은 훈련하지 못한 시간 동안 오히려 산책하거나 커피 브레이크를 가지며 가볍게 기분을 전환했다. 매체는 결승전을 앞두고 예민해져 있던 선수들이 갑자기 생긴 여유 시간 덕분에 오히려 긴장을 풀 수 있었다고 짚었다. 악재를 철저한 멘털 관리로 승화시킨 셈이다.
뚜껑이 열리자 초반 판정마저 홈팀에 유리하게 흐르는 듯했으나, 대표팀은 흔들림 없는 조직력으로 이를 무력화했다. 승부처는 단연 3쿼터였다. 일본 농구 전문매체 바스켓볼킹이 경기 후 "한국이 이현중을 끝내 막아내지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을 만큼, 에이스 이현중의 외곽포가 폭발하며 홈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경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일본 수비진은 이현중의 매서운 득점포 앞에 완전히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경기가 끝난 뒤 일본 현지의 반응도 눈길을 끌었다. 닛칸스포츠는 한일전과 관련해 한국 대표팀의 '버스 노쇼' 등 파행 운영 소식을 접한 일본 네티즌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 일본 네티즌은 "선수들에게는 잘못이 없지만 이런 상황을 보고 나니 도저히 일본을 응원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며 조직위의 행태를 꼬집었다.
아울러 일본 팬들 사이에서는 "일본인들도 대회 조직위원회의 서툰 운영에 분노하고 있다", "결승전 당일 오전 훈련을 하지 못하게 된 한국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자성의 반응까지 터져 나왔다.
경기를 마친 뒤 일본 주장이자 가드 오가와 아츠야는 '스포츠 호치'를 통해 "전반전 턴오버가 많았고 팀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임에도 제 역량 부족을 통감했다"며 고개를 숙였고, 일본 매체들은 쓰라린 패배 속에서도 애써 '성장'을 운운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불리한 여건과 판정 시비, 안방의 텃세까지 실력과 여유로 완벽하게 잠재운 것은 결국 태극전사들이었다. 일본의 안방 한복판에서 묵직하게 울려 퍼진 애국가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남긴 가장 통쾌하고 짜릿한 명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