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이 뭐길래"…'식물의회' 대전 대덕구의원 8명 공개

여야 동수 4대4, 석 달째 개점휴업…절반은 무투표 당선

원구성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대덕구의회 의원 8명. 대전 대덕구의회 누리집

'식물의회'로 전락한 대전 대덕구의회가 21일 또다시 의장단 선출에 실패했다.

지난 7월 제10대 의회가 출범한 이후 벌써 여러 차례 무산된 표결이다.

조례안과 예산안 심의·의결이 줄줄이 밀리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정작 이 상황을 만든 의원 개개인이 누구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대전CBS는 의회 파행이 '여야 갈등'이라는 추상적 표현 뒤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대덕구의회 누리집에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제10대 대덕구의원 8명의 얼굴과 이름, 소속 정당과 지역구를 정리했다.

이들의 얼굴과 이름, 연락처는 이미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정보지만, 정작 찾아보는 주민은 많지 않고, 그 사이 개개인의 책임도 뭉뚱그려져 왔다. 이에 파행의 책임 소재를 주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기로 했다. 연락처 등 사적 정보는 별도로 옮기지 않았지만, 대덕구의회 누리집에 가면 누구나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4명)
  • 이삼남 의원 (가선거구 - 오정·대화·법1·법2동) *무투표 당선
  • 정창희 의원 (나선거구 - 회덕·신탄진·석봉·덕암·목상동)
  • 서미경 의원 (다선거구 - 비래·송촌·중리동) *무투표 당선
  • 정미선 의원 (비례대표) — 민주당 원내대표

국민의힘(4명)
  • 조대웅 의원 (가선거구) *무투표 당선(2회 연속)
  • 김종삼 의원 (나선거구)
  • 박은정 의원 (나선거구)
  • 전석광 의원 (다선거구) *무투표 당선(2회 연속)

8명 중 절반인 4명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경쟁자 없이 단독 출마해 투표조차 거치지 않고 당선됐다. 이 중 국민의힘 조대웅·전석광 의원은 직전 선거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무투표 당선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이런 식으로 의회에 입성한 이들이 석 달 가까이 의정활동 자체를 멈춰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파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곱지 않다.

대덕구의회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석씩 나눠 가진 동수 구조로, 전반기 의장직을 놓고 두 당은 개원 이후 석 달 가까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지난달 19일 임시회에서 민주당 서미경 의원이 단독 후보로 등록했지만, 찬성 4표·무효 4표에 그쳐 과반을 얻지 못했고, 이후 표결도 같은 구도로 반복됐다.

21일 제29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민주당 소속 의원만 단독으로 의장 후보 등록을 마쳤지만, 투표 결과는 찬성 4표·무효 4표로 또다시 부결됐다.

이로써 대덕구의회는 전국 227개 기초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의장을 뽑지 못한 곳이라는 오명을 이어가게 됐다.

민주당은 "합의는 협치의 과정이고 표결은 민주주의의 절차"라며 규정대로 투표한 뒤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고, 국민의힘은 선택받지 못한 후보를 협의 없이 반복 등록하는 것은 상대 당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며 사전 합의를 요구해 왔다.

이 사이 의원들에게는 매달 1인당 세전 450만 원 수준의 월정수당과 의정 활동비가 지급됐다. 일은 멈췄지만, 세비는 그대로 나간 셈이다.

대덕구의회 복도에 늘어선 근조화환. 고형석 기자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돌아갔다.

대덕국민체육센터는 새 수탁기관을 정하지 못해 지난달 말부터 임시 휴장에 들어갔고, 청소년어울림센터는 운영비 예산이 바닥나 이달부터 직원 급여 지급이 밀리고 수영장 등 시설 공과금도 체납 위기에 놓였다. 대덕구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지만, 의회가 멈춰 서면서 집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다음 달 위탁 기간이 끝나는 학대피해아동쉼터·가족센터도 원구성 지연이 길어지면 운영 차질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다. 상임위원회조차 꾸려지지 않아 조례안 심사와 집행부 견제 기능까지 사실상 멈췄고, 참다못한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의회 복도에 항의의 근조화환을 늘어놓기도 했다.

최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사전 합의가 안 될 경우 단체장과 다른 정당이 전반기 의장을, 후반기는 그 반대 정당이 맡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원구성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국민의힘은 중재안 수용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은 "추석 전 정상화"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이들 중 절반은 선택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의회에 들어왔고, 나머지도 선거로 뽑혔지만 정작 이름과 얼굴은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 책임 소재를 놓고 말을 아끼는 8명의 행보를 기억하고 평가하는 일은, 결국 다음 선거에서 주민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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