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해고·파업·강제진압 충격" 이창동 '가능한 사랑'의 시작[현장EN:]

이창동 감독이 2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가능한 사랑' 시사회·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여 년 전에 어떤 대기업에서 갑자기 대량 해고를 하고 파업, 강제진압과 같은 사건이 터졌을 때 충격이었어요."

최근 제83회 베니스(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수상하며 금의환향한 이창동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을 기획하게 된 계기와 작품에 담은 메시지를 밝혔다.

이 감독은 2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내용을 이야기로 다뤄보고 싶어 준비했다가 접었다"며 "접었던 이유는 과연 제가 이 이야기를 정직하게 다룰 수 있는 자격이 있나, 제가 그들과 얼머나 가까웠나라는 의문 때문"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제 확신이 없었다가 시간이 지났다. 물론 지금 노동의 문제가 해고와 파업 같은 문제가 아니라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자체가 바뀌는 상황"이라며 "영화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건 극 중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의 이야기가 들어오면서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 속) 다큐멘터리 감독인 예지(조여정)의 정체성을 통해 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작품 메시지에 대해서는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단순하고 쉽게 이해하기 보다는 여러 층위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복잡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걸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은) 해고 노동자 얘기 같기도 하고 계급 간의 갈등 같기도 하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윤리와 태도와 관련된 얘기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배우 조인성(왼쪽부터), 조여정, 이창동 감독, 설경구가 2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가능한 사랑' 시사회·기자간담회에서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능한 사랑'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 각자의 숨겨진 욕망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설경구는 해고 노동자 호석 역을, 전도연은 호석의 아내 미옥 역을 맡았다. 조여정은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 역을, 조인성은 예지의 남편 상우 역으로 출연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이 감독을 포함해 설경구, 조여정, 조인성이 참석해 작품을 소개했다. 전도연은 해외 일정상 화상으로 참석했다.

설경구는 자신이 맡은 호석에 대해 "자아가 완전히 깨진 상태에서 오는 수치심과 죄책감과 분노 등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전도연은 미옥에 대해 "돈과 계급이 사람의 가치관을 무너뜨릴 수 있는데 그것을 지켜내려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조인성은 상우에 대해 "현재 우리 사회의 자본가의 모습으로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에 어딘가 숨는 인물"이라고 설명했고, 조여정은 예지에 대해 "경제적인 안정을 줄 수 있는 상우라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호석·미옥 부부 관계에서 오는 결핍을 통해 주체적인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외신 기자들의 사인 요청을 받았던 당시 상황도 전했다.

조인성은 "엄숙한 자리라고 인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가와서) 제가 뭐 잘 못 한 줄 알았다"며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놀라우면서도 반가웠고 감동스러웠다"고 웃었다.

설경구는 공식 상영 당시 눈물을 흘린 것과 관련해 "영화를 두 번 째 보니 몰입하게 되더라"며 "마지막 장면을 보며 마음이 동했는데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는 걸 보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잠깐 한국에 있는 동안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창피해서 혼났다"며 "다행인 건 조인성, 조여정 씨도 같이 울어줘서 위안이 됐다. 잘 울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끝으로 이 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과 관련해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베니스에서도 얘기했지만 수상보다는 영화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와서 관객들과 처음 만난 자리가 영화제였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줄지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과 어떻게 만나게 될지 기대되면서도 설렌다"며 "영화가 만들어지고 완성시키는 건 결국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운명은 만들어져 갈 것이고 좀 더 힘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23일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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