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통합에 따른 가칭 '에너지자원공사' 본사 유치를 놓고 울산과 대구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경주시가 양 지역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울산시가 경주시장이 에너지공사 울산 유치에 공감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대구·경북 내부에서 논란이 불거졌고, 경주시가 이를 공식 부인하면서 울산시와의 협력 관계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 17일 울산시청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과 양 도시의 주요 현안과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울산시계~경주 외동 국도 7호선 확장 △농소~외동 국도 4차로 건설 △동경주 도시가스 공급 △울산 시내버스 742번 감포 연장 △동남권 해오름 초광역전철망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논란은 회동 이후 울산시가 주낙영 시장이 에너지자원공사의 울산 유치에 공감하고 응원의 뜻을 밝혔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울산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관련 기사가 쏟아지자 대구지역 일부 언론사들이 주 시장이 'TK원팀' 정신을 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쓴 것이다.
이에 경주시는 21일 공식 입장을 내고 울산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당시 면담은 국도 7호선 확장과 농소~외동 국도 4차로 건설, 동경주 도시가스 공급 등 경주와 울산의 공동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며, 울산시가 에너지자원공사 유치 필요성을 설명했을 뿐 주 시장이 지지나 응원의 뜻을 밝힌 사실은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울산시가 사전 협의나 사실 확인 없이 관련 내용을 발표하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 논란의 본질이 단순한 발언의 진위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를 통합해 새로운 에너지자원공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현재 가스공사 본사가 있는 대구와 석유공사 본사가 있는 울산이 본사 유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구시는 규모가 큰 가스공사를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구가 통합공사 본사에 적합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전국 천연가스 공급망을 관리하는 체계와 기존 가스공사의 조직·자산 규모 등을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울산시는 석유공사를 비롯해 석유·가스 등 국가 핵심 에너지 자원의 생산과 비축, 저장, 물류 기반이 집적돼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에너지자원공사 울산 유치에 나서고 있다. 부산과 경남까지 울산 유치에 힘을 보태면서 사실상 영남권 내부의 세력 대결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주는 묘한 위치에 놓였다.
경주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원전 관련 산업 기반을 갖고 있어 울산과 에너지산업 연계를 강화할 수 있다. 게다가 경주와 울산은 인접도시여서 국도와 광역교통망, 도시가스 공급 등 생활·산업 기반시설을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공동 현안이 적지 않다.
그러나 경주는 대구·경북이라는 한뿌리에 속해 있는데다 광역경제권의 일원이다. 게다가 대구경북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가스공사 본사가 울산으로 옮겨갈 경우 대구가 입을 타격이 적지 않다.
또 울산과는 '해오름동맹'을 기반으로 교통과 에너지, 산업 분야의 협력을 이어가야 하고, 대구·경북과는 광역경제권 차원의 공동 대응과 협력이 필요하다.
결국 울산과 대구가 에너지 공기업 통합 본사를 놓고 '고래 싸움'을 벌이는 사이 경주는 양쪽과 모두 협력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인 것이다.
이에 주낙영 경주시장은 "에너지자원공사 울산 유치에 공감하거나 이를 지지·응원한 사실은 없는 만큼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울산과의 상생협력은 변함없이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