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회' 대덕구의회, 민주당 후보 철회…파행 돌파구 되나

국민의힘엔 "전직 의장 후보 철회하라"

대덕구의회 복도에 늘어선 근조화환. 고형석 기자

파행을 거듭하며 '식물의회'로 전락한 대전 대덕구의회가 21일 열린 제29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또다시 의장 선출에 실패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서미경 의원이 표결 직후 향후 의장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석 달 가까이 이어진 여야 대치 구도에 변화의 계기가 생겼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소속 서미경 의원이 유일한 후보로 등록해 표결에 부쳐졌지만, 찬성 4표, 무효 4표에 그쳐 부결됐다. 지난 7월 개원 이후 여러 차례 반복된 결과와 같았다.

표결 직후 서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의회 정상화의 실마리를 만들고 대화와 타협의 길을 열기 위해 앞으로 실시되는 의장 선거에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이번 결정은 개인의 명예나 자리에 관한 판단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진 원구성 파행을 끝내고 대덕구의회를 하루빨리 일하는 의회로 되돌리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의 결단이 상대 정당의 책임 있는 변화와 새로운 선택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국민의힘도 기존 후보를 고집하기보다 의장을 맡지 않았던 새로운 후보를 내세워 의회 정상화에 응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8대 대덕구의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서 의원은 "앞으로도 책임 있는 최다선 의원으로서 구민의 삶과 대덕구 발전을 위해 맡은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대덕구의원 4명(서미경·이삼남·정창희·정미선)도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서 의원의 결정을 "민주당의 결단"으로 규정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이들은 "원구성 파행은 더 이상 정당 간의 자리다툼으로 치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이 지연되면서 추가경정예산안과 조례안, 각종 동의안 등 구민의 삶과 직결된 안건의 심의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 의장 후보로 거론돼 온 전석광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국민의힘 의장 후보로 알려진 전석광 의원은 제9대 후반기 의장을 이미 역임했다"며 "2022년 제9대 전반기, 2024년 제9대 후반기, 올해 제10대 전반기까지 세 차례 반복된 원구성 파행 과정에 모두 깊숙이 관여해 온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전직 의장 출신 후보를 철회한 만큼, 국민의힘 역시 전석광 의원의 의장 후보 추진을 철회하고 아직 의장을 맡지 않은 새로운 후보를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시민단체가 앞서 제시한 중재안에는 선을 그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6일 자치단체장과 다른 정당이 전반기 의장을 맡는 방안을 제안했고, 국민의힘은 다음 날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입장문에서 "전반기 의장을 어느 정당이 맡아야 한다고 미리 정하는 방식은 현행 조례에 따른 의장 선출 절차를 대신할 수 없다"며 "특정 정당이 중재안 수용을 선언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정당의 기존 후보와 주장이 정당성을 얻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전광역시 대덕구의회 기본 조례'가 정한 무기명투표 원칙에 따라 후보 등록과 본회의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날 민주당 입장문에는 의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기거나 시민사회 중재안이 제시한 의장·상임위원장 교대 방식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후보만 다른 인물로 교체하는 안이어서, 실제 의장직을 내려놓는 양보인지 명분 쌓기에 가까운지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김찬술 대덕구청장은 이날 "대덕구의회는 사망했다"는 성명을 내고 정상화를 거듭 촉구했다. 대덕구의회 앞 복도에는 의회를 규탄하는 시민단체의 근조 화환이 잇따라 들어서는 등 파행에 대한 지역사회의 비판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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