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육청·병무청 핑퐁싸움 속 갈 곳 잃은 사회복무요원

[특수학교 신고의 그늘②]
사회복무요원 김씨, 교사 지시 따랐다 아동학대 피고발
교사와 달리 보조인력 신분상 법률 지원 제도 없어
교육청·병무청에 민원 넣어도…"관련 규정 없어"
결국 사비로 변호사 선임…"실질적 지원책 마련 시급"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단독]교사 지시로 80kg 학생 옮긴 사회복무요원…아동학대 입건
②[단독]교육청·병무청 핑퐁싸움 속 갈 곳 잃은 사회복무요원
(계속)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서 교사의 지시에 따라 중증 장애학생을 이동시켰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된 사회복무요원이 교육청과 병무청에 법률 지원 등을 요청했지만, 두 기관 모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원과 달리 아동학대 신고 시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사회복무요원 등 보조인력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인도 직원도 아냐"…법률 지원 근거 없어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회복무요원 김모(24)씨의 어머니는 지난 8월 3일, 아동학대 피의자로 입건된 아들을 대신해 교육청과 병무청에 '특수학교 근무 사회복무요원의 아동학대 무고 피해에 대한 법적 지원 및 보호대책 마련 촉구' 민원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7월 김씨는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서 체육 수업 도중 바닥에 누운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을 교사의 지시에 따라 붙잡고 이동시켰다가 제3자의 고발로 아동학대 혐의 수사를 받게 됐다(관련기사 : [단독]교사 지시로 80kg 학생 옮긴 사회복무요원…아동학대 입건).

김씨의 어머니는 국민신문고 민원서에서 "특수학교에서 정당한 지시와 안전지침에 따라 장애 학생의 안정 조치를 도운 사회복무요원이 출처불명의 멍으로 인해 아동학대로 고발당했음에도 교원과 달리 교육청 및 병무청 등 관계 기관으로부터 아무런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며 "군인도 직원도 아니어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공무 수행 중 발생한 사건이니 조사 대응을 위한 변호사 선임이나 법률상담 지원 등 법적 조력을 제공하고, 근무지 변경 또는 업무 분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교권보호법 등에 따라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를 받았을 때 교육청을 통해 수사 초기 단계부터 법률 상담, 조사 시 변호사 동행, 변호사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김씨와 같은 사회복무요원이나 교육공무직 등 현장 보조인력은 이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두 기관은 서로 상대 기관과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작 법률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교육청 총무과는 지난달 11일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변호사 선임, 법률 상담 지원 같은 법적 지원을 제공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소관 부처인 병무청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병무청은 "병무청과 교육청 상호 간 협조해야 할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근무지 변경 등 조치에 대해 교육청은 "현재 복무 중인 학교와 당사자인 사회복무요원의 의견을 모두 청취하고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에 따라 복무기관장의 지휘·감독을 받게 돼 있다"며 "복무기관 내에서의 근무지 변경 또는 업무 분리 권한과 관련해 검토를 학교 측에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교육청은 제도 개선을 병무청에 건의하겠다는 입장이고, 병무청은 복무기관인 학교 측에 검토를 요청하겠다고 밝히면서 양 기관이 서로 상대 기관의 역할을 강조하는 모양새가 됐다.

변호사 직접 선임해 대응…제도 밖 사각지대

결국 김씨는 교육청과 병무청으로부터 법률 지원을 받지 못했고, 사비로 변호사를 선임했다. 또 경찰 조사 출석을 위해 개인 휴가를 사용해야 했다.

교육청과 학교 측에서 근무지 이동과 업무 분리 등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김씨는 이를 거절했다. 김씨는 "아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해당 학생에게도 정이 많이 들어서 남은 복무를 이곳에서 마치고 싶다"며 "나 혼자 도망간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도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차원에서 돕고 싶어도 지원해 줄 수 있는 관련 규정이 없어 난감하다"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당한 지도였음을 증언해 주는 진술서를 작성해 주는 것 외에는 도울 게 없다"고 털어놨다.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전국 특수학교 172곳에서 복무 중인 사회복무요원은 1840명이다. 서울 지역 특수학교에는 438명이 배치돼 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특수학교는 학생과 교사의 안전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신체 접촉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교육 및 생활지도 과정에서 부득이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며 "이런 조치까지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부담 때문에 손을 놓고 있다면 그 역시 교육활동에 대한 방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 보조인력의 역할이 매우 큰 만큼 이들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총괄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회복무요원 등 보조인력이 법률 지원뿐 아니라 아동학대 신고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부족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교사 출신인 법무법인 라이즈 임이랑 변호사는 "교사의 경우 조사 과정에서 정당한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였다는 점을 피력할 수 있지만, 보조인력은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조한다' 정도로만 규정돼 있어 수사 단계에서도 무혐의를 입증할 때 지시를 받고 이행했을 뿐이라는 점에만 집중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복무요원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앞둔 사회초년생이 많아 유죄 판결을 피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수천만 원의 수임료를 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문 지식이 없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아동학대의 기준이나 현장 대응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적인 사전 교육과 함께 제도적 보호 장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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