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벌 쏘임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올해 벌 쏘임 사고가 지난해보다 6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하던 중 말벌에 쏘여 숨지는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피해 보상과 작업 현장 예방체계가 충분한지를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서 벌쏘임 사고 급증…자활 근로자 사망사고도
21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부산에서 발생한 벌 쏘임 사고는 모두 1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1건보다 62.7% 증가했다.특히 올해 발생한 벌 쏘임 사고 가운데 벌의 활동이 활발한 7월부터 9월 사이 발생한 사고가 123건으로 전체의 83.1%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 부산에서 벌 쏘임으로 119구급대가 이송한 환자 역시 7~9월에 집중됐다. 특히 9월에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봄부터 활동을 시작한 벌이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 이후 개체 수가 늘어나고, 8~9월에는 유충을 보호하려는 방어 본능이 강해지면서 공격성이 높아진다. 특히 장수말벌 등 말벌류는 사람이 벌집 주변에 접근하면 위협으로 판단해 집단으로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최근 부산에서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 쏘임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9시 5분쯤 부산 사하구 감천동의 한 산 약수터 인근에서 벌초를 하던 50대 남성 등 2명이 벌에 쏘였다. 이 가운데 1명은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9일에는 부산 서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주민 8명이 말벌에 쏘여 중·경상을 입었고, 지난달 18일에는 서구 송도해상케이블카 인근에서 외국인 관광객 등을 포함한 16명이 벌에 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현수막 정비 작업 도중 벌에 쏘인 자활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19일 오전 7시 50분쯤 부산 강서구의 한 도로에서 현수막 정비 작업을 하던 A(60대·남)씨가 벌에 쏘였다. A씨는 강서구 자활근로사업 참여자로, 당시 도로변에 설치된 불법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부산고용노동청은 현재 정확한 사고 경위와 작업 당시 안전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시민안전보험은 보장 제외…구민안전보험은 지자체마다 제각각
문제는 벌에 쏘여 다치거나 숨지는 피해를 입더라도 이를 일률적으로 보상하는 안전보험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운영 중인 시민안전보험 보장항목을 보면. 벌 쏘임은 별도 사고 유형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 시민안전보험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제도로, 지역 주민은 별도 가입 절차 없이도 특정 재난이나 사고로 사망하거나 후유장해 등을 입었을 때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자연재난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태풍·홍수·호우·강풍·한파·폭염 지진 등으로 인한 피해를 대상으로 한정된다. 일사병·열사병 등은 포함되지만 벌 쏘임은 해당 유형에 들어가지 않는다.
구·군이 별도로 가입하는 구민안전보험의 경우에는 시민안전보험에 비해서는 보장 범위가 통상 더 넓지만 지자체별로 보장항목이 각기 달라 피해 지원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사망사고가 발생한 강서구는 벌 쏘임 자체를 별도 보장항목으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구민이 상해를 입고 사망했을 경우 적용되는 상해·사망 항목을 통해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벌 쏘임 직접 규정 없어…작업장 안전기준도 한계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도 벌 쏘임 자체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안전기준은 없어 사전 예방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곤충과 관련해서는 '곤충·동물매개 감염병 고위험 작업'에 대해서만 긴 소매와 긴 바지 착용, 음식물 섭취 제한, 이상 증상 발현 시 진료받는 등 예방조치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현행 관련법에는 벌 쏘임 사고를 별도로 위험요인으로 규정해 관리하거나 별도의 예방 기준을 두지 않고 있다. 곤충에 의한 감염병에 대한 내용이 전부"라며 "산재 보상은 가능하더라도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뒤 기피제·방충모자 지급…예방조치 강화
한편 자활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강서구에서는 관계기관이 사고 이후 부랴부랴 예방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강서구 지역자활센터는 불법 현수막 제거 작업자들에게 벌레 기피제를 지급하고, 방충망이 달린 모자와 방충 토시, 장갑 등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또 강서구와 함께 수시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벌 쏘임을 포함한 야외 작업의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부산 강서구 지역자활센터 관계자는 "매년 안전기술지원단에 컨설팅을 받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장비를 지급함에도 사전에 벌 쏘임으로 인한 사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로 2020년 사업 시작 이후 처음 발생한 사고"라며 "사고 후 작업자에게 안전장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