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부실수사 책임 엇갈린 검·경…경찰 '광산서', 검찰 '국수본'

경찰 특수단, 전 광산서장·형사과장 직권남용 등 혐의 송치
국수본 '분리수사'는 축소 목적 아니라 판단…검찰, 국수본 4명 기소 '배치'

연합뉴스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의 부실·축소수사 책임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놨다.

경찰청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21일 전 광산경찰서장 김모(58) 경무관과 전 형사과장 박모(55) 경정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특수단에 따르면 김 전 서장과 박 전 형사과장은 장윤기가 여고생을 살해한 지난 5월 당시 광산경찰서 담당 강력팀에 부당한 지시를 내려 납치·성폭행 등 장윤기의 범행 목적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 "국수본·광주청 보강 지시…광산서는 일반살인 송치"

특수단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장윤기의 차량 뒷문이 열려 있던 정황과 결박 도구인 케이블타이, 주거지에서 발견된 성인 인형인 리얼돌, 외국인 여성 성폭행 사건과의 범행 수법 유사성 등 성적 목적을 의심할 정황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광주경찰청에서도 장윤기의 범행에 성적 목적이 있었는지 규명하도록 여러 차례 보강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특수단은 김 전 서장이 앞선 외국인 여성 스토킹·성폭행 사건의 부실 대응이 살인 사건과 연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두 사건을 연관 짓지 않고 일반 살인으로 처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봤다.

박 전 형사과장은 이 같은 의중을 담당 강력팀에 전달하면서 조사 범위를 제한하는 등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단은 이로 인해 강간 목적을 뒷받침할 정황이 수사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고 장윤기가 결국 일반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판단했다.

오동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장은 21일 광주경찰청에서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장윤기 스토킹 신고 이전의 성범죄 사실까지 인지한 김 전 서장은 거듭된 부실 대응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사회적 비난과 징계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강간 및 스토킹 사건과 살인사건과의 관련성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특수단은 다만 국수본의 분리수사 지시에 대해서는 수사를 축소하거나 적용 죄명을 바꾸라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결론 냈다. 구속기한이 임박한 살인 사건을 우선 송치하고 성폭행·스토킹 사건은 추가 수사하도록 한 수사지휘였다는 것이다.

수사결과 발표하는 신태훈 광주지검 차장검사. 연합뉴스

검찰, 국수본 4명 기소 vs 경찰 특수단, 광산서 지휘라인만 책임

이는 검찰 판단과 배치된다. 광주지검은 지난 2일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 등 국수본 관계자 4명이 경찰의 스토킹 초동 대응 부실이 살인 사건과 연결돼 비판받을 것을 우려해 병합수사를 막았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 내부 수사는 지난 7월 초 광주경찰청 자체 감찰에서 시작돼 공식 수사로 전환됐다.

경찰청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한다며 수사 주체를 광주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경찰청 특별수사팀으로 격상한 뒤 특별수사단으로 확대했다.

경찰이 경찰조직의 부실수사 의혹을 직접 수사한다는 우려 속에 2개월여 수사가 진행됐지만 특수단은 광산서 지휘라인에는 책임을 물은 반면 국수본 지휘부는 형사입건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 낸 것이다.

결국 검찰은 국수본의 분리수사 지시를, 경찰 특수단은 광산서장과 형사과장의 부당한 수사지휘를 강간살인 혐의 규명을 막은 원인으로 각각 지목하면서 부실수사의 책임 주체를 두고 상반된 판단을 내놓게 됐다.

경찰청 특수단은 이날 브리핑을 끝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특수단이 수사를 통해 검찰에 넘긴 광산경찰서 관계자는 김 전 서장과 박 전 형사과장을 포함해 모두 4명이다.

나머지 2명은 장윤기 차량과 주거지에서 발견된 리얼돌과 케이블타이 등 중요 증거물을 압수하지 않고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수사정보와 각종 편의를 제공한 혐의 등으로 앞서 재판에 넘겨진 당시 강력팀장 박모(57) 경감과 팀원 김모(41) 경사다.

박 경감과 김 경사의 첫 공판은 지난 14일 열렸고 장윤기의 아버지는 다음 달 열리는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번에 송치된 김 전 서장과 박 전 형사과증에 대해서도 특수단 수사 기록과 증거 등을 검토한 뒤 기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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