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과정에서 피투자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불공정 계약이 제한되고,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대상을 가려내기 위해 소득·비용 등 보다 폭넓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마을기업과 자활기업, 의료법인도 중소기업 지원 대상에 포함되고 지방정부 등의 중소기업 우선조달 범위도 확대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투자법과 소상공인기본법, 판로지원법 개정안 및 중소기업기본법 개정법률 공포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우선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투자사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와 불공정 계약을 제한하는 장치가 강화된다.
벤처투자법 개정안은 벤처투자회사 대주주 등이 회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금전이나 향응 등을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했다. 벤처투자회사의 경영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벤처투자조합이 피투자기업과 계약을 맺을 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조건도 제한된다. 정당한 사유 없이 경영성과지표 변동 등을 이유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거나 충분한 유예기간 없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 기업공개(IPO) 실패를 이유로 증권 가격을 과도하게 조정하는 경우 등이 대상이다.
불공정한 투자계약 조건을 설정하면 해당 조건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행정처분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오는 29일 공포돼 내년 3월 30일부터 시행된다.
소상공인 정책은 데이터 기반을 강화해 지원 대상을 보다 세밀하게 가려내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소상공인기본법 개정안은 중기부가 국세청과 고용노동부에 소상공인 정책 수립과 지원사업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기존 매출액뿐 아니라 사업소득과 근로소득, 매출원가, 판매비와 관리비 등 소득·비용 관련 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에는 사업자별 매출액과 상시근로자 수를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판단해 동일한 대표자가 여러 무인점포를 운영하면서 점포별 지원을 받거나, 직장에 다니면서 부업으로 온라인 사업을 하는 사업자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중기부는 개정안 시행으로 다중사업자와 부업사업자 여부 등을 반영하고 실제 소득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를 보다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 문턱도 낮아진다. 판로지원법 개정으로 지방정부와 지방공기업 등 지방계약법 적용 기관의 중소기업자 우선조달계약 기준금액은 기존 최대 2억 3천만원에서 3억 5천만원으로 상향된다.
기존에는 지방계약법 적용 기관도 중소기업 우선조달 기준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계약법상 고시금액을 적용해 중소기업이 우선조달로 참여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돼 있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상 지방정부 기준에 맞춰 이를 조정했으며 개정안은 오는 12월부터 시행된다.
중소기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자체도 넓어진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마을기업, 자활기업, 의료법인을 중소기업자의 범위에 포함하는 중소기업기본법 개정법률 공포안도 의결됐다.
현재 마을기업과 자활기업은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과 유사하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자로 인정받지 못해 각종 지원정책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의료법인 역시 비영리법인이라는 이유로 중소기업자 범위에서 제외돼 왔다.
법 개정으로 이들 기업·법인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중소기업자로 인정돼 정책자금과 기술개발, 판로지원 등 중소기업 지원시책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중기부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자립, 지역 의료서비스 제공 등에 대한 지원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