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 달탐사 로버용 구동 기술 연구 착수…첫 우주 실증 도전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와 협업…10월 '누리호 5차' 부품 탑재
2032년 이전 탐사 로버 달 착륙 목표…독자적인 우주 탐사 운용 능력 확보

KERI 이지영 박사가 로버용 모터와 전력변환장치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대한민국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탐사 로버(Rover)가 달과 화성의 표면을 누비는 시대를 향해, 국내 연구진이 우주 모빌리티 핵심 기술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항공모빌리티추진연구팀 이지영 박사팀은 국내 우주 로봇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UEL)와 손잡고, 극한의 우주 환경을 견디는 '탐사 로버용 구동 기술' 연구를 본격화함과 동시에 국산 부품의 실전 이력인 '우주 헤리티지(Space Heritage)' 확보에 나섰다.

정부의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2년 달 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은 단순히 달에 도달하는 것을 넘어 '달 표면에서의 실질적 활동 능력'을 입증하는 데 있으며, 이를 수행할 탐사 로버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우주 시스템의 핵심 부품, 특히 로버를 움직이는 '우주급 액추에이터(구동기)'는 전량 외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관련 기초 기술 연구와 자립 기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KERI 이지영 박사팀은 이러한 미개척 분야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기술 자립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우주 산업은 시스템(로버) 개발자와 핵심 부품 개발자가 단절돼 자체 역량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부품 전문기관인 KERI의 설계 역량과 우주 로봇 시스템 전문기업인 UEL의 현장 노하우를 결합하는 선구적인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글로벌 우주 패권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우주 탐사 운용 능력'이라는 국가 안보적 가치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이다.
달 탐사 로버에 탑재되는 KERI 전기파워트레인.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현재 연구팀은 125℃에 달하는 달 표면의 극한 고온과 고진공, 모래 먼지가 날리는 악조건에서도 총중량 25kg 이하의 로버가 10도의 경사로를 오르고, 시속 4m로 이동할 수 있는 전동기(모터)와 전력변환장치 기술을 선행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컴퓨터로 가상의 우주 환경을 구현하고 부품의 성능을 상시 검증할 수 있는 '실시간 성능 검증 시스템(HILS)'을 구축하고 있으며, 다양한 운용 조건에 대한 검증과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그 완성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연구팀은 지상에서의 성능 검증과 기술 고도화를 지속하는 한편, 실제 우주 환경에서의 실증을 병행하며 본격적인 '우주 헤리티지(Space Heritage)' 축적 단계에 들어선다. 이에 KERI는 UEL과 협력해 올해 10월로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에서 UEL이 추진하는 제어보드 등 일부 부품의 우주 환경 실증을 기술적으로 지원한다.

앞으로 대상 모터를 포함한 전기구동 시스템 전체로 실증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협력 과정에서 KERI의 정밀 분석과 검증 역량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향후 우주에 사용될 대상 모터와 인버터의 입·출력 특성, 구동 성능을 실제 측정 데이터 기반으로 면밀히 분석해 추가적인 기술 검토가 필요한 특성을 확인했다.

이후 약 5개월간 관련 분야의 선도 제작사와 지속적인 기술 협의를 진행한 끝에 해당 특성을 정확히 규명하고 기술적 확인을 이끌어냈다. 이는 특정 부품의 성능에 맹목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대상 부품을 독립적으로 분석·검증해 내는 KERI의 전문 역량과 UEL의 현장 기술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성공적인 협력 사례로 평가받는다.
KERI가 무인탐사연구소(UEL)와 협업 개발하고 있는 달 탐사 로버 이미지.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이번 누리호 탑재 실증을 시작으로, 2032년 이전에 KERI의 기술이 적용된 탐사 로버가 달 표면에 착륙하는 미래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이지영 박사는 "국내 우주 부품 생태계가 전무했던 시절, 맨주먹으로 시작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각오로 뛰어들었다"라며, "연구 초기만 해도 참고할 사례조차 없어 이방인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전국 각지의 우주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며 네트워크를 구축한 끝에 현재는 우주급 모터 기술 연구의 핵심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2032년 달 표면에 KERI의 독자 기술이 담긴 로버를 반드시 보내, 대한민국의 진정한 우주 모빌리티 시대를 열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KERI 항공모빌리티추진연구팀은 2022년 신설 이후 항공·우주 전기파워트레인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이번 성과는 '고온 고진공 우주환경 운행 로버용 전기파워트레인 설계 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다. 단기적 성과보다 긴 호흡이 필요한 우주 산업의 특성상, 진정한 우주 기술 독립과 국내 부품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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