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주에서 기독교 대안학교 '나무와숲학교'를 이끌고 있는 권오희 목사는 최근 제주CBS 'DAY BY DAY'에서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의 핵심을 이같이 설명했다.
나무와숲학교는 기독교적 가치 아래 아이 한 명 한 명이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와 고유한 색깔을 발견하고 '한 그루의 나무'로 성장하도록 돕는 제주지역 기독교 대안학교다.
권 목사는 20년 가까이 청소년 사역을 이어오면서 주일 하루만으로는 아이들의 삶과 신앙을 충분히 세워주기 어렵다는 고민 끝에 학교 교육에 뛰어들었다.
그는 "아이들을 매일 만나고 싶었다"며 "기독교적 가치와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 목사가 강조하는 교육의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분위기'다. 그는 경쟁과 효율을 앞세워 아이들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줄 세우는 교육보다는 환대와 존엄, 신뢰가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목사는 "아이들을 비교하지 않고 통제하기보다 주도성을 키울 수 있도록 신뢰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보고 아이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독교 교육이 단순히 성경을 많이 외우거나 매일 큐티를 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려하고 사랑하고 갈등을 풀어가고, 약한 사람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주고 협력하는 것이 기독교적 가치"라며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이런 공동체적 가치를 배우고 성장해야 세상에 나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무와숲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성적이나 대학보다 먼저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권 목사는 자신 역시 청소년기에 방황했지만 당시 "너는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물어주는 어른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지금은 학생들에게 "너는 누구니?", "왜 태어났다고 생각하니?",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니?"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는 "10대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고민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라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단순히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갈 것인지만 묻는 진로교육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사회정서학습과 감정코칭도 중요하게 다룬다. 단순히 "좋아요", "싫어요", "짜증나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를 살펴보고 자신을 이해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권 목사는 "내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시작된다"며 "이런 교육이 지금 시대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목사의 교육철학에는 자신의 청소년기 경험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10대 시절 방황하던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해 준 한 교사를 통해 하나님을 만났고, 그 경험이 지금의 교육 철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세상은 성적과 스펙으로 아이들을 평가하지만 하나님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너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아느냐, 너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가 오셨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학교는 예배와 큐티뿐 아니라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 자체에서 사랑과 환대를 경험하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권 목사는 "한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아이 스스로 알게 하는 것, 그리고 우리 역시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무와숲학교는 2017년 작은 규모로 시작했다. 권 목사는 "준비가 완벽하게 된 상태에서 시작한 학교는 아니었다"며 "'한 아이만 있어도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자녀를 보내겠다는 가정이 나타나 학교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학생은 6명이었다. 이후 해마다 학생들이 늘면서 현재는 공간이 부족해 새로운 학교 건물이 필요한 상황까지 성장했다. 권 목사는 학교를 위해 제주로 이주해 오는 가정들을 보면서 특별한 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주변으로 집을 구해 자녀와 함께 제주로 내려오는 가정들도 있고, 그 가정들이 다시 지역교회를 섬긴다"며 "아이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이 학교를 세워가고 계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수백 명에 이르는 후원자들의 도움 역시 학교를 이어오는 중요한 힘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나무와숲학교에는 새로운 전환점이 찾아왔다.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공간이 비좁아졌고 새 학교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던 가운데 제주시 해안동에 약 700평 규모의 부지를 기증받게 된 것이다.
권 목사는 학생들에게 "학교를 짓겠다"고 선언하면서도 당시에는 땅도 건축 계획도 없었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그는 "누군가 땅을 주시면 학교를 짓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정말 기적처럼 부지를 기증받게 됐다"며 "현재 학교와도 멀지 않고 버스 이용이 가능하며 자연환경도 갖춘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교 이름처럼 나무와 자연이 있는 공간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권 목사는 "새로운 공간에서는 자연친화적인 교육과 함께 마을 전체를 교실로 활용하는 지역사회 연계 교육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 학교는 단순히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한 건물에 그치지 않을 예정이다. 나무와숲학교가 강조해온 프로젝트 학습과 공동체 교육, 지역사회 연계 활동이 가능하도록 공간 자체에 교육 철학을 담겠다는 계획이다.
권 목사는 "앞만 바라보면서 암기하는 교육보다는 사회의 문제를 직접 발견하고 해결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많이 하고 있다"며 "그런 학습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비롯해 지역주민에게 열린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미래 사회에 필요한 기업가정신과 창업교육을 위해 젊은 기업가와 1인 기업가들이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도 구상하고 있다.
나무와숲학교가 추구하는 기독교 교육은 세상과 단절된 신앙교육이 아니다. 권 목사는 "아이들을 지나치게 종교적인 아이들로만 키우고 싶지는 않다"며 "기독교 학교 안에 있지만 세상에 나갔을 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역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문제를 수업으로 가져온다. 쓰레기 문제를 비롯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같은 사회문제를 직접 조사하고,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하며 해결 방법을 고민한다.
권 목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내가 하는 공부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운 것이 삶으로 이어지는 전이가 일어나야 진짜 배움"이라며 "신앙 역시 내가 배운 하나님과 세상이 연결될 때 비로소 자신의 신앙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 사랑이 무엇인지, 내가 가진 신앙적 가치를 세상에서 어떻게 실천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나무와숲학교가 추구하는 삶과 연결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나무와숲학교에서는 초등학생은 선배들에게 돌봄과 사랑을 받고, 중학생은 어린 학생들을 돌보며, 고등학생이 되면 공동체 안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험을 하도록 한다.
권 목사는 "아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내가 용납받고 있고 동시에 누군가를 받아주는 사람으로 쓰임 받고 있다는 것을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무와숲학교는 대안학교 교육비에 대한 부모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역교회와 후원자들의 참여도 이어가고 있다. 권 목사는 "교육을 왜 부모만 모두 감당해야 하느냐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며 "대안학교이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부분을 지역사회와 지역교회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러 교회와 후원자들이 학교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가능한 한 교육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지역 교회와의 협력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권 목사는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다음 세대를 이야기해 왔지만 여전히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며 "나무와숲학교가 진행하는 진로와 소명교육, 역량교육, 사회정서학습 등이 지역교회에 필요하다면 교사들이 직접 찾아가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준비하고 있는 학교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하나 만드는 일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10년과 20년, 더 나아가 100년을 준비하는 일"이라며 제주교회와 성도들의 관심과 기도를 당부했다.
경쟁에서 앞서가는 아이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발견하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를 세우겠다는 나무와숲학교.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교육 철학 아래 새로운 학교 건축을 준비하는 나무와숲학교가 제주 다음 세대를 위한 또 하나의 교육 공동체로 어떤 숲을 만들어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