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생곡소각장을 둘러싸고 국민의힘 4선 김도읍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상준 강서구청장이 잇따라 공개 반대에 나선 데 이어, 변성완 민주당 강서지역위원장까지 전면에 가세한다. 전재수 부산시장이 사업 추진 방침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강서 정치권이 주민 반대 여론을 대변하고 나서면서 생곡소각장이 단순한 부산시-강서구 간 정책 갈등을 넘어 지역 정치권의 핵심 현안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앞서 CBS·노컷뉴스가 생곡 문제를 둘러싼 김도읍 의원과 변 위원장의 움직임이 차기 총선을 앞둔 지역 현안 주도권 경쟁과 맞물리고 있다고 지적한 가운데, 주민 반발이 거세질수록 지역 정치인들이 잇따라 전면에 나서는 양상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김도읍·박상준 이어 변성완도…"주민 동의 없는 생곡 반대"
변성완 더불어민주당 강서지역위원장은 22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동의 없는 생곡 자원순환 복합타운, 이른바 생곡소각장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에코델타시티 주민들의 1인 시위와 부산시청 앞 반대 집회, 전날 주민설명회 불참 등을 거론하며 "강서구 민주당은 주민 동의 없는 생곡소각장 추진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명지소각장 폐쇄와 생곡소각장 건립을 사실상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변 위원장은 부산시에 오는 10월 안에 명지소각장 기술진단 결과와 폐쇄 계획을 공개하고, 생곡소각장 추진과 명지소각장 폐쇄를 서로의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다.
부산시가 생곡소각장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해 온 에코IC와 강서선, 주민편의시설에 대해서도 "소각장을 받아들이는 대가가 아니라 강서에 원래 필요한 교통·생활 인프라"라며 별개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로써 생곡소각장에 반대하는 강서 정치권의 전면 등장은 여야로 확대됐다.
민주당 소속 박상준 강서구청장은 앞서 시청 앞 1인 시위와 부산시의회 기자회견을 열고 "강서에 부산 전체의 폐기물 처리 부담을 계속 떠넘길 수 없다"며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도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장항·율리마을 주민 35가구의 이주 청원을 공개하며 대체부지 검토와 사업 재검토를 촉구했다. 부산시는 이에 다음 날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을 공식 백지화한 적이 없고 대체부지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권한대행 때는 왜 추진했나"…변성완 "공무원과 정치인 역할 달라"
변 위원장에게는 또 다른 쟁점도 따라붙는다.변 위원장은 지난 2020~2021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당시 생곡소각장 사업이 추진된 만큼, 현재의 반대 입장과 과거 행정 책임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변 위원장은 CBS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그때는 공무원이었고, 특히 권한대행의 임무는 전임 시장의 행정 방침을 흔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가 기본이고 서병수 시장 때부터 이어져 온 생곡소각장 정책을 권한대행이 뒤집거나 반대할 수는 없었다"며 "지금은 선출직을 준비하는 정치인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행정 책임자로서는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했지만, 현재는 지역 정치인으로 주민 여론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 책임 공방만 이어가는 것보다는 현재 주민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과거 과정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서 언제부터 알고 있었고, 누가 어떤 책임이 있는지는 자료와 사실에 따라 분명히 따지자"고 했다.
주민설명회도 '냉랭'…주민들 "시장이 직접 나와라"
정치권이 잇따라 전면에 나서는 배경에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주민 반발이 있다.
부산시는 지난 21일 강서구 강동동 주민센터에서 생곡소각장 사업 설명회를 열고 사업 추진 경과와 주민 지원 방안 등을 설명하려 했지만 주민 반응은 냉랭했다.
주민센터에 모인 주민 상당수는 설명회장에 들어가지 않고 건물 입구에서 반대 의사를 밝혔고, 설명회에 실제 참석한 주민은 소수에 그쳤다.
일부 주민들은 전재수 시장이 참석하지 않은 설명회는 의미가 없다며 시장이 직접 주민 앞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변 위원장도 이를 직접 거론하며 "21일 설명회에서도 많은 강서구민이 설명회 불참으로 강력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부산시는 주민 설득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시는 생곡소각장을 공식적으로 백지화하거나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적이 없으며, 이미 주민 이주 등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 생활폐기물 처리 대책을 고려할 때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전재수 시장이 주민 대표를 직접 만나는 자리도 별도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생곡 반대'지만 해법은 달라…지역 민심 놓고 존재감 경쟁
강서 정치권이 모두 생곡소각장에 반대한다고 해서 세부 해법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김도읍 의원은 부산 16개 구·군이 폐기물 처리 부담을 나눠야 한다면서도, 강서 안에서는 장항·율리마을과 가덕도신공항 지원시설용지 등을 현실적인 대체부지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상준 구청장은 대체부지 역시 강서구 안이라면 또 다른 지역에 부담을 넘기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강서 내 대체부지론에는 거리를 둬왔다.
변 위원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특정 대체부지를 제시하기보다는 주민 동의 없는 추진 반대와 명지소각장 폐쇄 문제의 분리, 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한 공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산시에 생곡소각장 추진·중단과 대체부지 검토 등 지금까지의 판단 과정을 모두 공개하고 주민과 함께 해법을 찾으라고 요구했다.
다만 세부 해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강서 지역 정치인들이 일제히 주민 반대 여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강서구청장과 지역 시의원 의석을 확보하는 등 강서의 정치 지형에 변화가 나타난 가운데, 국민의힘 현역 김도읍 의원과 민주당 변성완 위원장, 민주당 소속 박상준 구청장 모두 생곡 문제에서 주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이 같은 움직임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지역 현안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주민설명회마저 냉랭한 반응 속에 끝나면서 생곡소각장이 단순한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 문제에 머물지 않고, 누가 강서 주민의 요구를 더 적극적으로 대변하느냐를 둘러싼 지역 정치권의 경쟁 무대로 빠르게 옮겨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