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유행 속도가 빠른 것 같아서 얼른 예방접종을 하러 나왔어요"
22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의 한 의원.
이른 오전부터 임신부와 어린이, 노인들이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자신의 예방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료진의 호출 소리에 맞춰 예방접종실에 다녀온 이들의 얼굴에는 이른 독감 유행을 걱정하는 듯 긴장감이 묻어났다.
이날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17주차 임신부 장모(32)씨는 "교대근무가 끝나자마자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에 왔다"면서 "이번엔 독감 유행이 빠르다는 소리를 듣고 얼른 맞는 게 좋을 것 같아 귀가하기 전에 들렀다"고 했다.
이날 오후 찾은 전남광주 남구의 한 병원 대기실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병원 내부 예방접종실 문틈 사이로 주사를 맞고 놀라 우는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날카롭게 새어 나오자 순서를 기다리는 아기들도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보호자들도 애써 아이를 달래며 병원 안은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돌았다.
생후 7개월이 된 아기 장리원 양도 자신의 차례에 예방접종을 하고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원상희(33)씨는 "둘째 아이인데 첫째 언니가 아프면 꼭 같이 아픈 걸 보고 일찍 예방접종을 하러 왔다"며 "아프지 않고 무사히 잘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영유아 중심 가파른 독감 확산세…"접종 서둘러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37주차(9월 6일~12일) 독감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배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초등학생과 영유아를 중심으로 확산세가 매우 가파른 상황이다.
전남광주의 경우 지난 6일부터 12일 사이 병원을 찾은 환자 천 명 중 26명이 독감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이 중 7~12세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1~6세 영유아 연령대가 그 뒤를 이었다.
상황이 이러자 정부는 무료 국가 예방접종 시작일을 당초 계획보다 일주일 가량 일찍 앞당겼다. 이에 따라 전날부터 전국의 지정 병·의원에서는 생후 6개월부터 14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무료 독감 국가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예방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과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박형선 전남광주 남구보건소장은 "최근 독감이 빠르게 유행하고 있고 코로나19 환자도 함께 증가 추세"라면서 "주민 여러분께서는 예방 접종에 적극 참여해주시고 손씻기 등 개인 위생 관리도 철저히 지켜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독감 예년보다 일찍 유행…일반 성인 맞을 분량 부족해 '발 동동'
의료 현장에서는 독감이 예상보다 일찍 유행하는 통에 일반 성인들이 맞을 독감 백신을 구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균주 변경 결정이 늦어지면서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 백신 수급이 어려워진 배경이 됐다. 동시에 독감이 일찍 유행하면서 국가 예방접종 일정이 앞당겨지자, 이에 맞춰 기존에 확보한 백신이 국가 예방접종 대상자에게 우선 배정됐다. 이 과정에서 일반 성인에 접종할 유료 백신 물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일반 성인들의 독감 예방접종 비용이 오르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동네 독감 예방접종 싸게 하는 곳'을 묻는 게시글도 종종 올라오는 상황이다.
조태우 인구보건복지협회 가족보건의원 행정지원과장은 "올해는 독감 유행 시기가 빨라진 반면 제조사들의 생산과 수급이 늦어져 일선 의료기관에서 성인용 유료 백신을 확보하기가 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급가가 치솟았고 그마저도 백신 물량이 부족해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성인 접종 과정에서 수급난이 우려되는 만큼 예방접종 계획을 잘 세워 적극적으로 동네의 지정 병·의원을 찾아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국가 예방접종 대상자에 해당되는 어린이와 임신부, 어르신은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지정 위탁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 외 예방접종을 원하는 시민은 유료로 접종해야 한다.
다만 올해는 독감 유행 시기가 앞당겨진 만큼, 방문 전 의료기관에 사전 연락해 예방접종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방문 시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전날부터 시작된 어린이와 임신부 대상 무료 예방접종에 이어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국가예방접종 또한 다음 달 6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