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음사 빵은 못 먹어봤습니다

GS25 '민음사 빵'. GS리테일 제공

맛은 있을까요? 배는 부를까요? 아직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재고는 늘 '0'입니다. 동네 편의점 앱을 켜놓고 지도 검색을 해도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한 달 동안 100만 개 넘게 팔렸다고 합니다. '민음사 빵' 이야기입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모카번 우유크림), 안톤 체호프의 '사랑에 대하여'(모카번 커스터드), 문정희의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깨찰빵 솔티밀크) 등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과 시집의 표지에 '오늘의 귀여움' 캐릭터를 입혀 빵 봉지로 만들었습니다.

뜯어봐야 압니다. 스무 종의 책갈피 중 하나가 무작위로 들어 있습니다. 깨찰빵이 2700원, 모카번이 3700원인데, 인기 있는 책갈피는 당근마켓에서 1만 5천원 안팎에 거래됩니다. 콜라보 마케팅, 굿즈 수집욕 자극, 독서를 멋으로 여기는 텍스트힙(Text Hip)까지 한 봉지에 담긴 셈입니다.

100만 개의 책갈피는 지금 어디에 꽂혀 있을까요? 책갈피는 우리를 서가로 이끄는 달콤한 초대장이 됩니다. 무엇을 읽을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손에 쥔 책갈피에 그려진 그 소설, 그 시집의 첫 장을 넘겨보라는 권유겠지요.

멋도 있습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니 배도 부를 겁니다. 게다가 품절될 일도 없고, 사지 않고 빌릴 수도 있습니다.

청운문학도서관 블라인드 북. 최인수 기자

올가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청운문학도서관에 들렀다가 '블라인드 북'을 만났습니다. 어떤 책인지 모른 채 빌려 읽어야 하는 처지에 제 발로 들어선 겁니다. 다행히 사서 선생님들이 직접 고른 책을 상자 속에 숨겨두고, 손글씨 키워드로 단서를 남겼습니다. 랜덤박스라기보다는 숨바꼭질입니다. 한 작가가 손수 만들었다는 책갈피도 함께 끼워져 있었습니다.

책을 꺼냈습니다. 문장을 읽다 마음이 머무는 자리에 책갈피를 꽂아 봤습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화자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맛과 냄새에 잊고 있던 어린 시절 마을의 골목과 정원, 사람들을 통째로 되살려냅니다. 문학사에서 가장 긴 소설 중 하나의 문을 여는 열쇠가 빵 한 조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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