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배 부가가치…새만금 간척지, '쌀' 대신 '헴프' 승부수

농생명용지에서 첨단 바이오 소재 생산 거점으로 전환
1275억 투입, 재배부터 연구·생산까지 산업 생태계 구축
환각 낮춘 헴프, 의료·뷰티 자원 주목
803억 투입, 8조 7천억 시장가치 분석…부가가치 109배
2030년 600조 글로벌 시장 선점해야
'마약'에 갇힌 규제 개선이 산업화 관건
'새만금 메가 샌드박스'로 규제 빗장 풀어야

전북 새만금 남북도로. 새만금개발청 제공

새만금, 농생명바이오 전초기지로 대전환…핵심은 '헴프(HEMP)'

간척을 통해 안정적인 식량 기지를 확보하려던 새만금 농생명용지가 고부가가치 첨단 그린바이오 산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 핵심 정책 '5극3특' 체제에서 전북 3대 성장엔진 중 하나로 농·생명바이오가 확정되고, 핵심 품목으로 헴프(HEMP) 칸나비디올(CBD) 기반 고기능 바이오소재가 반영되면서다.

삼(대마). 자료사진

'그린 골드' 헴프, 환각 물질 낮춘 고부가가치 자원

대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작물 가운데 하나지만, 오랜 세월 마약이라는 규제에 묶여 있었다. 변화의 출발점은 산업용 대마인 '헴프'의 재발견이다. 헴프는 대마 식물 중 '환각'을 일으키는 물질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 함량이 0.3% 이하인 품종을 뜻한다. 마약인 마리화나와 과학적, 법적으로 명확히 구별되는 산업·의료용 천연물 자원이다.
 
헴프가 전 세계 바이오 시장에서 '그린 골드'로 주목받는 이유는 핵심 성분인 CBD의 뛰어난 유효성 때문이다. CBD는 인체 내부 균형 조절 장치인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ECS)과 반응해 통증, 스트레스, 수면 장애, 염증 반응을 다중 조절하는 차세대 웰니스 소재로 평가받는다.
 
의료 영역에서는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 등이 허가를 받아 처방되고 있으며, 다발성경화증 치료와 항암 보조 요법에서도 효능을 입증하고 있다. 종실(씨앗)과 오일은 풍부한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해 기능성 식품 시장을 겨냥하고, 항염·항산화 특성을 지닌 추출물은 프리미엄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 고기능성 원료로 급부상했다.
 

탄소중립 실현·경제 효과…투입 대비 109배 부가가치

환경 가치와 경제적 파급력도 뛰어나다. 헴프는 파종 후 100일 안팎이면 4m까지 자라 단위 면적당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일반 작물의 3~5배에 달한다. 토양 속 중금속을 흡수해 정화하는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건축자재인 헴프크리트나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제조에도 쓰여 탄소중립 실현을 뒷받침한다.
 
경제성 분석에 따르면 연간 약 803억 원의 운영비를 투입해 원료를 정제하고 의약품, 기능성 식품, 화장품 등으로 제품화할 경우 연간 약 8조 7801억 원 규모의 최종 시장 가치를 만들어내 투입 비용 대비 약 109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부가가치 cbd 산업 경제성 분석. 전북도 제공
 

야외 재배 한계 극복, '정밀 스마트팜' 구축이 성패 좌우

산업화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는 '스마트팜 기반 시설 재배'가 꼽힌다. 전통적인 야외 노지 재배는 기후 통제가 불가능해 가뭄이나 이상 고온 같은 환경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다. 이 과정에서 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다 THC 함량이 법적 기준치인 0.3%를 넘어서는 이른바 '핫 헴프(Hot Hemp)'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실제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노지 재배 첫 시즌에 기준치 초과로 47%의 수확물이 부적합 판정을 받아 농가들이 연쇄 파산했고, 하와이주 역시 식물의 50% 이상이 폐기 처분되면서 프로그램을 중단한 바 있다.
 
여기에 꽃가루 비산에 따른 주변 작물과의 교잡, 토양 오염물질 축적 등은 성분 표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30~45%의 추가 정제 비용을 발생시킨다. 국내외 기업이 요구하는 'THC 불검출' 수준의 무결성과 균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밀 환경 제어가 가능한 밀폐형 스마트팜 구축이 필수적이다.
노지 스마트팜 경제성 분석. 전북도 제공

마약류 규제 빗장 푸는 '새만금 메가 샌드박스'와 특별법 추진

하지만 국내 산업 육성은 여전히 '마약류관리법' 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다. 현행법은 껍질을 벗긴 씨앗과 뿌리, 성숙한 줄기를 뺀 대마 전초(잎, 꽃)의 취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유효성분 추출 자체가 불법이다. 경북 안동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실증을 거쳤으나 제도화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를 겪었다.
 
전북자치도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새만금 농생명용지 4공구 53ha 부지에 재배, 안전관리, 연구개발, 완제품 생산 설비를 한곳에 모으는 '새만금 헴프산업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1단계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1,275억 원을 투입해 스마트 온실, 헴프안전관리센터, 소재상품화센터, 벤처타운을 구축할 방침이다.
 
정부 국정과제인 '새만금 글로벌 메가 샌드박스'를 적용해 낡은 규제의 틀을 깨는 한편, 전주기 이력 관리와 안전망을 담은 '헴프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제정을 통해 안정적인 법적 토대를 다진다는 구상이다.
 

2030년 600조 글로벌 대마 시장, 골든타임

글로벌 대마 시장은 2023년 571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 약 4,443억 달러(약 600조 원)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돼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은 물론 보수적이던 일본마저 법률을 개정해 의료용 대마와 산업용 헴프의 빗장을 풀었다. 완벽한 규제 프레임만을 고집하며 머뭇거리다가는 글로벌 공급망 진입 시기를 영영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반 시설을 속도감 있게 올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작업이 새만금 헴프 산업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글로벌 대마 시장 규모. 전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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