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한 자선단체 중고서점에 기부된 책 상자에서 하퍼 리의 대표작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미국 초판본이 발견돼 영국 국립도서관 소장품이 됐다.
23일(현지시간 22일) BBC와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에 따르면 이 책은 런던 포토벨로 로드에 있는 옥스팜 서점에 기부된 미국 고서 상자에서 발견됐다.
서점 부매니저 구르프리트 칼컷이 책을 정리하던 중 '앵무새 죽이기'가 눈에 띄자 판본을 확인했고, 매장 책임자 올리비아 헤이스먼-워커가 발행 시기와 표지 디자인, 제본 등을 조사해 미국 초판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헤이스먼-워커는 "기부된 책이 많아 자칫 지나칠 수도 있었다"며 "표지는 세월의 흔적이 있었고 가장자리도 닳아 있었지만, 안쪽 페이지는 매우 좋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책은 이후 판매 목록에 올랐고 상태 감정을 거쳐 영국 국립도서관인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산하 에클스 아메리카·오세아니아 연구소가 구입했다. 기부 상자에 담겨 서점으로 들어온 책이 영국의 국가 소장품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셈이다.
정확한 거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브닝 스탠더드는 '앵무새 죽이기' 미국 초판본이 상태에 따라 수천 파운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전했다. 옥스팜은 판매 수익을 빈곤과 분쟁,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는 지역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헤이스먼-워커는 "이 책이 옥스팜 서점을 거쳐 브리티시 라이브러리의 국가 소장품이 됐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중고 서가와 기부 물품 속에 어떤 보물이 숨어 있을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 앨라배마를 배경으로 인종차별과 정의, 성장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흑인 남성 톰 로빈슨을 변호하는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와 그의 자녀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품에는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봐야 한다"(You never really understand a person until you consider things from his point of view, until you climb inside of his skin and walk around in it)는 문장이 등장한다. 타인의 삶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기에 앞서 그 사람의 처지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압축한 구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앵무새 죽이기'는 출간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고, 전 세계에서 4천만 부 이상 팔렸으며 40개 언어로 번역됐다. 인종차별과 편견, 양심과 정의의 문제를 다룬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퍼 리의 대표작으로는 '앵무새 죽이기'와 2015년 출간된 '파수꾼'(Go Set a Watchman)이 있다. 미국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은 그는 2016년 89세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