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경기 일부 지역에서 경증 소아환자를 진료할 의료기관이 크게 줄어들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소에도 야간·휴일 소아진료 지정기관이 없는 7개 시·군 가운데 일부 지역은 추석 당일 소아 외래진료가 가능한 병·의원이 아예 없거나 1~3곳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달빛어린이병원 45곳에도…7개 시·군은 야간·휴일 지정기관 '0'
24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달빛어린이병원은 21개 시·군 45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응급실을 이용할 정도는 아닌 만 18세 이하 경증 소아환자가 평일 야간이나 주말·공휴일에도 외래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되는 의료기관이다.
경기도는 달빛어린이병원 운영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지역의 의료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별도로 취약지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 11곳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2곳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취약지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으로 경기도 운영 현황에 중복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천·여주·양평·군포·과천·동두천·연천 등 7개 시·군에는 달빛어린이병원과 취약지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이 모두 없다.
평일에는 일반 소아청소년과와 소아 진료가 가능한 병·의원을 이용할 수 있지만, 야간이나 주말·공휴일에 경증 소아환자를 전담하는 도·복지부 지정 외래진료기관은 없는 셈이다.
반면 수원에는 달빛어린이병원 5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성남·안산·하남에도 각각 2곳씩 운영되는 등 시·군별 차이가 크다.
추석 당일 소아진료 손에 꼽혀…양평·연천은 외래 '0'
이 같은 지역별 격차는 일반 병·의원 상당수가 문을 닫는 명절 연휴에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추석 연휴 동안 일부 병·의원이 날짜를 나눠 문을 여는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이나 취약지 진료기관이 없는 지역에서도 일부 소아청소년과와 일반 의원에서 소아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다만 진료 여부와 운영시간이 의료기관마다 달라 상시 진료기관이 없는 지역에서는 날짜와 시간대에 따라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다.
CBS노컷뉴스가 각 지자체의 추석 연휴 비상진료계획과 공개된 의료기관 진료과목 등을 토대로 추석 당일인 오는 25일 응급실을 제외한 소아 외래진료 가능 병·의원을 확인한 결과 △이천 2곳 △여주 1곳 △양평 0곳 △군포 1곳 △과천 1곳 △동두천 3곳 △연천 0곳으로 파악됐다.
이천에서는 추석 당일 소아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의원이 최소 2곳 운영될 예정이지만 대부분 오전부터 이른 오후까지만 진료한다.
여주도 추석 당일 소아 외래진료가 가능한 병·의원이 1곳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포와 과천 역시 각각 1곳에 불과했고 동두천은 3곳이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양평과 연천에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연휴 비상진료계획상 추석 당일 응급실을 제외한 소아 외래진료기관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 지역에서도 연휴 다른 날짜에는 문을 여는 병·의원이 있지만 정작 추석 당일에는 경증 소아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외래진료 선택지가 크게 제한되는 것이다.
오후·야간엔 선택지 더 줄어…응급실·인접지역 의존 우려
추석 당일 문을 여는 소아진료 병·의원이 있는 지역도 오후와 야간에는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연휴에 운영되는 일반 병·의원 상당수가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진료를 마치기 때문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이 있는 지역은 휴일에도 일정 시간 경증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지정기관이 있지만, 상시 진료기관이 없는 지역은 당직 병·의원의 진료가 끝나면 인접 시·군 의료기관이나 응급실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응급실에서도 경증 소아환자 진료는 가능하다. 하지만 응급실은 중증·응급환자를 우선 진료하는 만큼 경증 환자는 상대적으로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해당 시간대 소아진료가 가능한 의료진이 없을 경우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
경기도도 경증 소아환자는 달빛어린이병원과 취약지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을 이용하고, 중증 소아환자는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에서 치료받도록 중증도에 따라 진료체계를 나눠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달빛어린이병원이나 취약지 진료기관이 없는 지역의 경우 경증 소아 외래진료가 명절마다 일반 병·의원의 연휴 운영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는 점이다.
양평에서 5살 아이를 키우는 서모(42·여)씨는 "지난 설 연휴에도 아이가 열이 38도까지 올라 응급실을 찾았는데, 진료를 받기까지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며 "명절 때마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시 야간·휴일 소아진료망이 없는 지역에서는 명절마다 보호자들의 불편과 불안이 반복되고 있지만, 의료인력 부족과 까다로운 운영 기준 탓에 달빛어린이병원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없는 지역은 대부분 만 18세 이하 인구가 3만명 미만인 소아진료 취약지역으로, 의료진이 부족한 데다 평일 오후 11시까지 진료해야 하는 운영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곳이 많다"며 "우선 병원의 참여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인력과 운영 여건 등의 문제로 지정 요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이 어려운 지역은 도 자체적으로 취약지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을 운영하며 공백을 보완하고 있고, 운영실적이나 여건이 갖춰지면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며 "이천의 경우 현재 시 지원을 통해 야간 소아진료를 하고 있으며 내년 1월부터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