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지난 15일 오전 9시 30분 제주 함덕해수욕장. 휴가를 맞아 서핑을 즐기던 전주시설공단 직원 이동규 씨(38)의 귀에 다급한 비명이 들렸다. 소리가 난 곳은 해변에서 약 100m 떨어진 바다였다. 이 씨가 고개를 돌리자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이 높은 파도에 휩쓸린 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이 씨는 주변 사람에게 119 신고를 부탁한 뒤 곧바로 서핑보드를 들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현장에 도착해 남성을 먼저 서핑보드 위로 끌어올린 뒤 잠시 숨을 고르고 여성까지 보드 위로 끌어 올렸다. 이어 "이제 살았어요. 숨을 크게 쉬세요. 서핑보드가 있으니 위험하지 않아요"라며 두 사람을 안심시키고 119 구조대를 기다렸다.
하지만 5분여가 지나도 남성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자 이 씨는 두 사람을 서핑보드에 태운 채 직접 보드를 끌고 해변으로 향했다. 100m를 다시 거슬러 돌아오는 동안 이 씨 역시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부녀와 이 씨 모두 탈진한 상태로 해변에 도착했을 무렵 마침 119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무사히 생명을 건졌다.
사고는 제주로 여행을 온 가족의 아버지와 딸이 수영을 하던 중 조류와 파도에 휩쓸려 해안에서 멀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는 해변에서 산책하다 사고를 목격하고 함께 구조를 요청했다. 이 씨 역시 휴가를 내고 제주를 찾았다가 우연히 사고 현장을 마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를 마친 이 씨는 사고 경위에 대한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별다른 말 없이 제주를 떠나 전주로 돌아왔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주해양경찰서는 이 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구조된 아버지도 전주시설공단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는 "저와 딸은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며 "그때 이 씨가 저희를 발견하시고 망설임 없이 달려와 주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사고 당시 너무 놀라고 정신이 없어 제대로 감사의 말씀조차 드리지 못했다"며 "시간이 지나고 그날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씨가 그 순간 보여주신 용기가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더욱 크게 느낀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한 시민의 입장에서 그분의 용기 있는 행동을 꼭 알려드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글을 올린다"며 공단에도 이 씨를 격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주시설공단은 이 씨의 선행을 높이 평가해 표창할 예정이다. 이 씨는 "저 또한 그 당시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그저 두 분이 무사해서 다행이다"며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