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로 패소했어도 재청구 가능"

1949년 경북 영덕서 군경에 민간인 20명 희생 사건
유족, 국가배상 소송 냈지만 '소멸시효'로 패소 확정
이후 진화위 진실규명…원심 "기존 판결 기판력" 재차 기각
대법 "개정법, 진행 중 소송에도 적용"…원심 파기환송

연합뉴스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국가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더라도, 이후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의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면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3일 1949년 경찰에 의해 숨진 A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A씨는 1949년 7월쯤 경북 영덕에서 경찰에 의해 총살됐다. 유족들은 2012년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고 판결은 확정됐다.

이후 진실화해위원회는 A씨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화위는 군경이 좌익 활동이나 빨치산 협조 혐의 등을 이유로 A씨를 포함한 민간인 20명을 적법한 절차 없이 살해한 행위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공식 사과와 피해 회복 조치 등을 권고했다.

이에 유족들은 진화위 결정을 근거로 다시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원심은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는 이유로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확정판결의 판단을 뒤이은 재판에서 다시 다툴 수 없도록 하는 '기판력'이 적용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인 올해 2월 과거사정리법이 개정됐다. 개정법은 진화위의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과거사 사건에 대해 소멸시효 특례를 두도록 했다. 과거 소멸시효 때문에 국가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경우에도 법 시행일부터 3년 안에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쟁점은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던 이번 소송에도 새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정법이 과거사 피해자들을 폭넓게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법 시행 당시 이미 진행 중이던 소송에도 적용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선행사건에서 청구기각 판결이 확정됐다고 하더라도 개정 과거사정리법 부칙 제5조 단서에 의하여 동일한 청구원인사실로 손해배상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며 "그러므로 이 사건 주위적 청구에 선행사건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과거 패소 판결의 기판력을 이유로 유족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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