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 줄었다던 건설업…"일 없어 명절 기름값도 못 내"

건설업 체불 1년새 23.7%↓…통계 개선
반면 건설업 상시종사자 37개월째 감소
인력소장들 "작년보다 일이 40~80% 줄어"
노동자 "코로나 때보다 현장 더 없어"
건설노조 "현장 줄면서 체감체불도 감소" 분석

연합뉴스

"일이 없으니 적금까지 깼어요. 그래도 살아야 되니까요."

25년동안 운영하던 체육관을 접고 뒤늦게 건설 현장에 뛰어든 박모씨는 이번 추석 명절을 챙길 여유가 없다. 7월부터는 아예 일감을 구하지 못하면서 생활비가 끊겼고, 모아둔 적금마저 해지했다.

박씨는 "막상 현장에 가면 어느 곳이든 70~80%가 외국인"이라며 "안 그래도 일감이 줄어드는 판에, 회사는 세금 부담까지 적은 외국인을 먼저 찾다 보니 자국민 노동자들이 밀려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체불 개선 이유? 현장에선 '경기 탓'

고용노동부가 전년 대비 건설업 임금체불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경기 악화로 건설 현장 일감 자체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지표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건설업 임금체불액은 지난 7월 기준 19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달(2578억원) 대비 23.7% 줄었다. 연간으로도 2024년 총 4780억원에서 2025년 총 4166억원으로 12.8% 감소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발주처의 공사대금 지급이 밀리거나,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중간 업체를 거치며 대금이 지연·누락되고, 업체가 자재비·인건비 상승으로 자금난을 겪을 때 임금체불이 발생한다.

정부는 체불액 감소를 근로감독 강화 등의 성과로 보고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건설노동자와 인력사무소 업체 등은 이유를 다르게 설명했다. 악화된 경기 탓에 일감 자체가 사라져 임금이 체불될 상황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다.

석달 넘게 나가지 못한 일자리

추석을 앞두고 만난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한 목소리로 경기기 나빠 일자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10년 넘게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김문기씨는 "왕년에는 한 달에 20일씩 일했는데, 요즘은 일이 금방 없어진다"며 "벌써 3개월째 일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때 오히려 일이 많았다는 김씨는 지금 당장 현장을 오갈 기름값조차 부담이다. 그는 "명절이라고 여유 있게 움직일 형편이 아니다"라며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불법체류 외국인 인력을 우선 쓰는 것이 일감이 줄어든 이유"라고도 덧붙였다.

평택에서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정근씨도 "재작년 건설 현장 수를 100으로 보면 작년은 70, 올해는 60 수준"이라며 현장 감소세를 체감했다. 이씨는 "평택의 삼성 관련 현장은 인력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업체가 직접 팀을 꾸려서 들어가고, 아파트 현장도 대부분 마감 단계라 신규 물량이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신규 착공 감소가 일자리 감소로 줄어들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인력사무소장인 정병우씨는 "2023~2024년까지만해도 한 달에 일용직 50명은 내보냈는데, 지난해부터 10명도 채우기 힘들었다"며 "파견 인원이 줄면서 사무소 임대료·광고비를 빼면 (본인이) 손에 쥐는 돈도 월 백만원 수준" 이라고 설명했다.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 김호중 지부장은 "건설업체가 어려워지면서 체불도 있지만, 공사가 줄어서 체감되는 체불도 줄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임금체불 관련 통계가 좋아진 것처럼 보여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일감이 사라진 현실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체불 감소 요인, 다각도 분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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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위축되면서 건설 종사자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3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른 건설업 취업자 수도 28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근로감독 강화를 체불 감소의 요인으로 꼽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금체불은 건설 경기가 나빠지고 종사자 수가 줄어들면 자연히 함께 줄어들 수 있다"며 "근로감독을 강화하면 오히려 임금체불 건수나 발생이 더 늘어나 보일 수 있고, 반대로 기업들이 체불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효과도 있어 양방향으로 작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체불 감소 원인을 실제 시공 중인 공사 물량(건설 기성액)이나 고용이 계속 줄어온 영향 등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체불 전수조사, 정부의 강경 대응 효과도 있는만큼 명절이 포함된 이달 내내 건설업 8천개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와 집중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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