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은 농촌의 살림살이는 지난 10년간 얼마나 나아졌을까.
농가가 벌어들이는 전체 소득은 47% 가까이 늘었지만 정작 농사를 지어 번 돈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 경영비가 수입보다 빠르게 늘면서 농업 본업의 수익성이 떨어진 반면, 공익직불금 등 정부 지원이 포함된 이전소득 의존도는 크게 높아졌다.
2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표한 '2025년 농가경제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농가소득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농업 본업의 수익성은 구조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농가소득은 농업소득과 농업외소득, 정부 지원 등이 포함된 이전소득, 비경상소득을 합한 금액이다.
농가소득 47% 늘 때 농업소득은 '제자리'
2015년 3722만 원이던 농가소득은 지난해 5467만 원으로 46.9%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농업소득은 1126만 원에서 1171만 원으로 45만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30.2%에서 21.4%로 8.8%p 떨어졌다.농업외소득은 1494만 원에서 1964만 원으로 31.5% 늘었지만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1%에서 35.9%로 낮아졌다.
반면 이전소득은 791만 원에서 1990만 원으로 151.6% 증가했다. 이전소득 비중도 21.2%에서 36.4%로 높아져 지난해 농가소득 원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이전소득 증가에는 공익직불제 확대뿐 아니라 통계상 계정 변경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공익직불제 개편으로 기존 농업소득에 포함됐던 변동직불금이 고정직불금과 함께 공익직불금으로 통합돼 전액 이전소득으로 분류됐다. KREI도 2020년 전후 농업소득과 이전소득을 비교할 때 이런 계정 변경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농형태별로도 차이가 컸다. 지난 10년간 과수 농가의 농업소득은 100.1% 증가한 반면 논벼와 축산 농가는 각각 7.7%, 8.9% 감소했다. 논벼와 채소 농가는 이전소득이 전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7.9%와 51.8%로 절반을 넘어섰다.
버는 돈보다 비용 더 빨리 늘어…농업 수익성 하락
농업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데에는 농업 수입보다 빠르게 늘어난 경영비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 10년간 농업총수입은 18.6% 증가했지만 농업경영비는 25.9% 늘었다. 이에 따라 농업 수익성을 나타내는 농업소득률은 2015년 33.4%에서 지난해 29.3%로 4.1%p 하락했다.농업소득률은 농업총수입 가운데 경영비를 제외하고 실제 농업소득으로 남는 비율이다. 농산물 판매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늘어도 인건비와 재료비 등 생산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 농업소득률은 떨어진다.
실제로 경영비 가운데 노무비가 10년간 84.9% 늘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재료비는 29.2%, 기타 경비는 16.6% 각각 증가했다.
영농형태별로 보면 수익성 악화는 더욱 뚜렷했다. 특용작물 농가의 농업소득률이 10년간 11.8%p 하락했고 축산도 9.7%p 떨어졌다. 논벼는 5.0%p, 채소는 4.1%p 각각 하락했다.
농가 규모별로도 농업소득 증가가 고르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0.5~2.0ha 소농과 2.0~5.0ha 중농의 전체 농가소득은 10년간 60% 이상 늘었지만, 10ha 이상 대농은 6.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대농의 농업소득은 같은 기간 37.6% 감소했다.
농가의 자산과 부채를 비교해도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전체 농가의 자산은 10년간 46.1% 증가한 반면 부채는 75.3% 늘었다.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6.0%에서 7.2%로 상승했다.
농사 이어갈 50세 미만 농가, 농업용 부채 60% 급증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농가의 부채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50세 미만 경영주 농가의 부채비율은 16.55%에서 20.08%로 3.53%p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농가 평균 7.20%의 2.8배, 70세 이상 농가 3.88%의 5.2배에 달한다.같은 기간 50세 미만 농가의 자산은 6억9541만 원에서 6억9864만 원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부채는 1억1507만 원에서 1억4031만 원으로 21.9% 증가했다.
특히 농업용 부채는 6060만 원에서 9723만 원으로 60.4% 급증했다. 반면 가계용 부채와 겸업·기타용 부채는 감소했다. KREI는 농지와 시설, 기계 등 영농자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50세 미만 농가의 부채가 빠르게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KREI는 농업 본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농가 특성에 맞춘 소득·부채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영세·고령농에는 소득안전망과 농지연금 등 자산 활용형 지원을 연계하고, 50세 미만 농가에는 초기 진입 지원뿐 아니라 상환능력과 재무건전성을 관리하는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KREI 오년호 부연구위원은 "공공임대농지,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등 기존 지원사업은 초기 진입장벽 완화에 기여하고 있으나 부채 부담이 과도하게 누적되지 않도록 임대형·단계형 지원, 장기 거치·분할 상환, 경영 컨설팅,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