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 내 청과시장 앞.
30명이 넘는 시민들이 양손에 비닐봉투와 바퀴 달린 장바구니 손잡이를 잡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신호가 바뀌자 과일트럭의 상인들이 바쁜 걸음으로 지나치는 손님들에게 호객했다.
청과시장 옆에 있는 '대구능금시장' 앞에는 승용차가 늘어서 보자기로 싼 사과 박스 등을 트렁크에 잇따라 싣고 있었다.
시민들은 짧은 연휴지만 가족들과 식사를 챙기기 위해 서둘러 장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게 오른 물가에 손이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호소가 뒤따랐다.
동구 방촌동에 거주하는 서모 씨(72)는 산격동에 거주하는 친구와 장을 보러 왔는데, 두부 가격에 깜짝 놀랐다고 토로했다.
서씨는 "탕국 해먹으려고 두부랑 다진 소고기 좀 샀다. 그런데 두부 가격이 3500원이나 하더라. 원래 2천원 했는데 두부를 3천 원 주고 사먹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서씨와 함께 시장을 방문한 서씨의 친구는 "TV에 보니 돈(제수비용)이 4인 30만 원이라고 하던데 말도 안 된다. 그걸로 택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최근 추석 제수용품 24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차례상 비용이 4인 기준 30만 9천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의 체감 물가는 훨씬 높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청과물 코너에서 쪽파나 과일을 연신 만지작 거리면서도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이 많았다. 드문드문 오는 손님에 의자에 앉아 핸드폰만 응시하고 있는 상인들도 있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상인 A씨는 "방금 부추 나간 게 5500원이다. 근데 이거 3천 원 하면 딱 맞을 가격이다. 근데 기름값, 운송비부터 너무 올라서 이렇게 해도 남는 게 없다"면서 "손님들이 너무 비싸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장사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전통시장 상권 위축에 대응해 인근 공영주차장 23개소를 이날부터 무료 개방한다. 북구는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가격 표시제 이행을 홍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