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쫓는 목표주가…'매도 회피'에 '방향타' 역할 실패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 리서치의 목표주가가 실제 주가 흐름을 뒤늦게 따라가기만 했을 뿐, 정작 하락장에서 필요한 매도 신호는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방향을 예고하는 지표로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각 증권사 리서치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1월 2일부터 9월 15일까지 173거래일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권가 목표주가(25개 증권사 평균 기준)는 각각 77~78차례 조정됐다. 이 중 상향 조정이 71~73회로 전체의 90%를 웃돈 반면 하향 조정은 5~6회에 그쳤다.

그마저도 시점이 문제였다. 하향 조정은 대부분 직전 20거래일간 주가가 20~48% 폭락한 '이후'에야 나왔다. 반대로 상향 조정은 직전 20일간 주가가 평균 19~32% 오른 뒤 뒤따라붙는 식이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18일 36만 2500원으로 연중 고점을 찍었을 당시 목표가가 45만 5417원, 괴리율 25%였다. 이후 주가가 폭락하는 와중에도 증권가는 매도 의견을 내지 않고 목표가를 7월 51만 3958원까지 오히려 더 끌어올렸다.

15일 기준 두 종목의 괴리율은 삼성전자 96%, SK하이닉스 95.6%로, 목표가가 실제 주가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이후 두 종목 모두 주가가 반등하면서 괴리율은 다소 좁혀져 23일 종가(삼성전자 28만 6500원, SK하이닉스 186만 3천원)를 기준으로 괴리율은 삼성전자 70.0%, SK하이닉스 77.4% 수준이다.


이렇게 벌어진 괴리율은 주가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로서도 작동하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9월 15일까지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괴리율과 이후 20거래일 수익률의 상관계수는 삼성전자 -0.147, SK하이닉스 -0.06으로 무관하거나 오히려 역방향에 가까웠다.

목표가를 유독 큰 폭으로 올린 상위 10% 시점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그 이후 20거래일 수익률은 삼성전자 6.0%, 하이닉스 7.3%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상향 시점의 이후 20거래일 평균 수익률(삼성전자 9.8%, 하이닉스 7.3%)보다 오히려 낮은 수치다.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낙관적으로 목표가를 올려잡는 순간이 오히려 되게 주가 상승 탄력이 약해지는 구간과 겹친 셈이다. 이 말은 곧 목표주가가 투자 판단의 방향타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종목을 커버하는 25개 증권사를 개별로 뜯어보면 이런 쏠림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19곳(76%), SK하이닉스는 16곳(64%)이 올해 목표가를 단 한 번도 내린 적이 없었다.

다올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상상인증권 등은 목표가가 현재가보다 120~150%대까지 벌어졌는데도 하향 전례가 없다.

리포트 발간 빈도로 보면 KB증권이 두 종목 합쳐 56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그중 하향은 0건이었고, 반대로 흥국증권은 지난 4월 이후 160일 넘게 목표가를 아예 업데이트하지 않아 폭락장 내내 커버리지 자체가 방치된 상태였다.

그나마 목표가를 내린 경우도 투자의견(매수)은 그대로 유지한 채 숫자만 소폭 손질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5곳 중 실제로 투자의견 자체를 낮춘 곳은 지난 9월 14일 매수에서 보유로 등급을 내린 BNK투자증권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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