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이어 日 키옥시아도…메모리 기업들 왜 美증시로?

키옥시아, 美 ADR 상장해 100억달러 이상 조달 검토
AI 투자 확대에 자금 수요↑…글로벌 투자자 접근성도 확대
SK하닉 이어 美로…'AI 인프라 기업' 재평가 기대

도쿄 증시에 상장한 키옥시아. 연합뉴스

일본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가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100억달러(약 14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 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 입성해 265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은 데 이어 일본 대표 메모리 기업까지 미국 증시 진출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 부담과 몸값이 동시에 커지면서 세계 최대 자본시장인 미국에서 '투자 실탄'과 'AI 프리미엄'을 함께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해 최소 10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논의 중이며 이르면 내년 상장이 거론된다. 키옥시아는 지난 5월부터 미국 ADR 상장 추진 의사를 밝혀왔다.

AI 투자비 급증…美서 '실탄' 확보

키옥시아의 미국행 배경에는 우선 막대한 투자비가 자리 잡고 있다. AI 시장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산하면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낸드가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다. 이에 키옥시아는 향후 3년 동안 연평균 4700억엔의 설비투자와 2300억엔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6월 밝혔다. 데이터센터·기업용 제품 매출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60% 이상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메모리 업체들의 미국 증시행은 키옥시아가 처음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미국 나스닥에 ADR을 상장하면서 주당 149달러에 약 265억달러를 조달했다. 당시 투자자 주문이 공모 물량의 7배 이상 몰릴 정도로 흥행했다.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조달 자금을 신규 생산시설과 장비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자본시장…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확대

키옥시아 홈페이지 캡처

미국 상장을 통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접근성과 주식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중요 이유로 꼽힌다.

키옥시아의 경우 미국 ADR 상장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유동성을 확대하는 한편 향후 반도체 관련 주가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수에 편입되면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 글로벌 투자자도 이 같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140억달러 규모의 AI 펀드를 운용하는 보야인베스트먼트의 세바스찬 토머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기술기업 투자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낮은 유동성을 지목했다. 그는 키옥시아가 미국에 상장하면 글로벌 AI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펀드는 현재 키옥시아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보유하고 있다.

'메모리 회사'에서 'AI 기업'으로…몸값 재평가 기대

미국 증시 진출로 'AI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는 업황에 따라 실적이 급등락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AI 시장 확대 이후 HBM과 데이터센터용 SSD 등이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메모리 업체의 성장성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키옥시아 주가는 올해 들어 AI 인프라 성장 기대 등에 힘입어 크게 상승했다. 보야 측 역시 미국 상장이 키옥시아를 글로벌 AI 투자자들의 시야에 본격적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일본 증시에서 '낸드 업체'로 평가받던 키옥시아가 미국 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성장의 수혜를 받는 'AI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키옥시아의 상장 추진 시점은 유동적이다. 최근 미국 주요 AI 기업 수장들이 첨단 AI의 안전 위험을 경고하면서 글로벌 AI·반도체주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AI 개발 속도조절론이 부각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5.2% 하락하기도 했다. 향후 AI 투자심리와 증시 상황이 실제 상장 시기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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