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건설 여부와 규모를 반영하기 위한 공론화를 추진하자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신규 원전 확대를 위한 명분 쌓기"라며 반발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등은 23일 오후 2시 부산시청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만적인 공론화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테라급 핵폭주를 당장 중단하라"고 외쳤다.
연대는 "이번 공론화는 사실상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절차다. 공론화는 민주적 절차를 가장해 정책 이행 강제 도구로 더렵혀진 지 오래"라면서 "그간의 이재명 정부의 행보를 봤을 때 어떠한 신뢰도 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수립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 대형 핵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추진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두 번의 온라인 토론회와 답을 유도한 전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게 전부였다"고 비판했다.
과거 진행된 원전 관련 공론화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연대는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당시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건설을 대가로 탈핵국가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것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2020년 사용후핵연료 재검토 공론화 역시 파행을 겪었지만 정부는 개의치 않고 강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가 임박한 상황임에도 관련해 근본적인 해법이 마련되지 않은 채 신규 원전 건설 논의만 이어지고 있다"며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세계 어디와도 견줄 수 없게 더 많은 핵발전소가 추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원전 공론화 철회를 촉구한다. 추후 노후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중단을 촉구하는 부산 시민 1만 선언을 통해 진짜 공론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을 보고하며 3개월 동안 원전 역할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반도체·전기차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원전 역할과 신규 원전 건설 필요성 등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원전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노후 원전 설계수명 연장 등을 추진해온 만큼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번 공론화가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 절차이자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