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에 전력수요 폭증…'탄소중립' 방정식 풀 수 있나

반도체·AI 전력수요 36GW 달해…2040년 최대전력 158.4~165GW 전망
같은 해 온실가스 최소 69% 감축해야…추가 배출량 전망은 아직 없어
재생에너지 확대해도 송전망 '병목'…LNG는 탄소배출 한계
정부, 원전 역할 3개월 공론화…환경단체 "신규 원전 위한 명분" 반발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핵심 성장전략인 '3대 메가프로젝트'의 최대 관건은 전력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본격 가동되는 2040년까지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면서 온실가스도 대폭 줄여야 한다.

전력당국이면서 동시에 탄소 감축을 책임지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산업 성장'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셈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인 송전망 건설은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할 대안 가운데 하나로 원전의 역할을 다시 검토하기 위한 공론화에도 착수했다.

26일 기후부에 따르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요계획위원회가 재전망한 2040년 최대전력 목표수요는 158.4~165GW다. 이 가운데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추가 전력수요는 24.3~24.6GW, AI 데이터센터는 11.9GW로 전망됐다.

당초 전망과 비교하면 첨단산업의 추가 전력수요는 약 6배, AI 데이터센터는 3배로 뛰었다. 늘어난 수요만 따져도 설비용량 1.4GW급 대형원전 19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도체·AI에 전력수요 급증…문제는 '어떻게 만들까'

전력수요 전망이 크게 높아진 배경에는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서남권 반도체 팹 4기에는 6.3GW, 용인 반도체 팹 10기에는 14.7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서남권의 추가 수요는 해당 지역의 여유 발전력을 우선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부족분은 11차 전기본에 이미 반영된 LNG 발전과 석탄발전 대체 LNG,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등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용인이다. 호남 등에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올 송전망 건설도 지연되고 있다. 이에 용인 산단 내부에 LNG와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수요와 달리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추가 온실가스 배출 전망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수요가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29년까지 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2035년까지 추가로 누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8500만톤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자료에서 이 같은 분석을 인용하며 AI 주도권 경쟁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력 사용량 증가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2040년엔 온실가스 최대 80%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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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을 더 써야 하지만 온실가스는 동시에 크게 줄여야 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 범위로 설정했다. 다만 2040년과 2045년의 구체적인 목표치는 각각 2031년과 2036년까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2040년은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전력수요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이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보다 최소 69% 이상 줄여야 하는 시점인 셈이다.

정부가 우선 제시한 해법은 재생에너지 확대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100GW를 조기에 확보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만으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안정적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원전의 역할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LNG 발전 역시 보완 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전원 구성을 어떻게 짤지가 12차 전기본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재생에너지 늘려도 송전망 막히면 '무용지물'

전력망도 난제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호남과 강원 등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반면 대규모 전력수요처는 수도권 주변에 몰려 있다.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려면 대규모 송전망 확충이 필요하다.

하지만 송전망 건설은 경과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곳곳에서 지연되고 있다.

송전망이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환경 훼손과 재산권 침해, 지역개발 제약 등을 우려한다. 정부는 송전망 경과지역 주민에게 연간 300만원 안팎의 '계통햇빛소득'을 지급하고 주민참여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내놨지만 갈등을 해소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설비를 아무리 늘려도 생산한 전력을 필요한 곳까지 보내지 못하면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확충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원전 역할 놓고 3개월 공론화…환경단체 반발

정부는 급증하는 전력수요와 탄소중립을 함께 달성하기 위한 전원 가운데 하나로 원전의 역할을 공론에 부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약 3개월간 시민참여단 숙의토론과 공개토론, 온라인 의견수렴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론화는 신규 원전 건설의 단순 찬반이나 구체적인 건설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래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원전의 역할과 경제성, 안전성, 사용후핵연료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그 결과를 12차 전기본에 반영할 방침이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사실상 신규 원전 건설을 염두에 두고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지난 23일 "정부는 미래 전력수요와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포장하지만, 이번 발표는 이미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라는 결론을 정해두고 절차적 명분만 쌓으려는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반도체·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반영하면서 2040년 전력수요 전망을 크게 높였지만 사실상 그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은 없다"며 "결국 핵발전 확대를 위해 전력수요 전망도, 공론화도 들러리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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