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송편 말고 피자설기요"…명절 풍경 바꾼 '이색 떡' 열풍

SNS 타고 퍼진 피자설기…떡집에 2030 발길 이어져
"한 달도 안 돼 매출 3배"…추석 앞두고 소상공인 효자상품
2030부터 중장년·외국인까지…"피자설기 먹으러 왔어요"
전문가 "색다른 떡 관심 높아져"…송편 중심 명절 풍경도 변화

민족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떡집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송편 중심이던 명절 대목에 백설기와 피자를 결합한 '피자설기' 등 이색 떡이 등장하면서 2030세대는 물론 중장년층과 외국인의 발길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전통 떡의 색다른 변신이 명절 대목과 맞물리면서 소상공인들의 새로운 매출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송편 말고 피자설기 찾아요"…전통시장 달군 '이색 떡'

23일 오전 갓 쪄낸 피자설기가 진열되어 있다. 김하영 기자

추석을 앞두고 떡집에는 분주한 손길이 이어진다. 떡집 사장님이 갓 쪄낸 떡을 진열한다. 그런데 인절미, 시루떡, 꿀떡 등 평소 보던 떡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눈길을 끈다. 피자의 탈을 쓴 백설기 '피자설기'다.

피자설기는 백설기와 피자를 합친 이색 떡이다. 백설기 위에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햄, 옥수수, 치즈 등 피자 토핑을 올려 만든다. 백설기와 피자 두 가지 맛을 모두 느낄 수 있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다. 현재 떡집에서 개당 2~3천 원대로 판매 중이다. 부산의 한 떡집에서 신메뉴로 개발한 피자설기가 SNS를 통해 퍼지면서 지금의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처럼 최근 전통 떡에 새로운 재료를 더한 '이색 떡'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추석 대목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유행이 맞물리면서 이색 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2일 오후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강북구에 위치한 백년시장을 찾은 손님들. 김하영 기자

추석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 오후, 전통시장에서도 이러한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서울 강북구 백년시장의 한 떡집 앞에는 피자설기를 찾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가게는 추석 송편을 쪄내기 위해 피자설기 생산량을 절반 이상 줄인 상태다. 그러나 손님들은 이를 모르고 10분에 1명꼴로 찾아와 피자설기 판매 여부를 물었다.

강북구에 사는 정하윤(24)씨도 피자설기를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 정씨는 "평소에 떡을 잘 안 먹는데 인스타그램에 친구들이 피자설기를 먹고 있는 모습이 많이 올라와서 나도 먹어보고 싶었다"며 "친구들이 한번에 6~7개씩 사서 쟁이더라. 백설기와 피자빵 둘 다 먹고 싶을 때 피자설기를 먹으면 된다고 추천받았다"고 말했다.

강북구에 사는 대학생 김혜민(20)씨 역시 "명절이라 대학 수업이 휴강한 김에 피자설기를 먹어보려고 떡집에 왔다. 지난주 용산 쇼핑몰에 갔을 때 팝업 행사하는 것을 보고 인기가 많다는 걸 느꼈다"며 "평소 명절엔 송편 정도 먹는데, 집에 있으니까 먹는 거고 피자설기는 직접 찾아먹을 정도로 궁금하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피자설기는 없어서 못 먹는 메뉴다. 떡집을 찾은 50대 여성 김모씨는 "딸이 먹어봤냐고 계속 물었다. 유튜브와 방송에도 자주 나오더라"라며 "아까 시장에서 아는 어르신을 만났는데 그 분조차도 피자설기를 추천했다"고 놀라워했다.

송편 찔 시간도 없는데…전화 폭주에 "안 만들 수 없다"

피자설기는 최근 떡집 사장님들의 '효자상품'이다. 판매 시작 한 달도 안 돼 매출이 2~3배 뛰는 건 기본이다.

백년시장 내 '찰떡궁합'을 운영하는 40대 정명희씨는 "처음에는 시장 고객들 먹으라고 저렴하게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지난 8월 말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기존 매출의 3배는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명절이 다가오면서 송편 생산으로 바빠 피자설기 판매를 쉬려 했지만, 손님들의 문의가 이어져 판매를 중단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씨는 "오전에 송편 때문에 바빠 (피자설기는) 안 팔려고 했는데 계속 전화가 오더라. 오늘은 1판에 25개씩 딱 10판만 했는데 오전에 다 나갔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문래동 '포슬떡방'의 50대 점원 육정숙씨는 "다른 설기만 팔다가 젊은 사람들이 피자설기는 안 하냐고 계속 문의해서 시작한 지 2주 정도 됐는데 장사가 너무 잘 된다"고 말했다. 이어 "1판에 30개씩 하루에 10판을 쪄내고 있는데 하루가 다르게 판매량이 늘고 있다. 최대 100개까지 주문한 손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명절 풍경 바꾸는 이색 디저트 유행

22일 오전 이색 떡 '피자설기'와 전통 떡 '송편'을 동시에 판매 중인 떡집. 김하영 기자

송편이 주로 판매되는 추석 대목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 모습이다. 송편 외에도 피자설기, 초코설기, 콘치즈설기 등 다양한 이색 떡을 구매하는 손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이색 떡 유행 덕분에 청년층 사이에서 떡에 대한 관심 자체가 높아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한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공주떡집'을 운영 중인 40대 정하나씨는 "피자설기를 시작으로 떡이라는 한국 전통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국가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색 떡 유행으로 떡집을 찾는 외국인도 늘었다고 한다. 정씨는 "외국인들이 인스타그램에서 피자설기 게시물을 캡처해서 가지고 온다. 일본인이 가장 많지만 정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도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육씨 역시 "피자설기 때문에 다른 떡들도 덤으로 잘 팔리니까 좋다"며 "트렌드가 빨리 바뀌고 유행 때문에 떡에 대한 관심 자체가 느는 건 소상공인 입장에선 매출이 뛰니까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피자설기를 계기로 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명예교수는 "동양과 서양의 콜라보인 피자설기는 지금까지 없던 색다른 메뉴"라며 "소비자들이 색다른 메뉴 출현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호응이 높기 때문에 피자설기는 인기를 얻을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추석 대목과 맞물린 이색 떡 유행이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명절에 송편만 먹는 게 전통이었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면서 송편말고 젊은이들에게 맞는 색다른 디저트가 계속 나오다 보니 재밌고 색다른 현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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