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만원에서 시작된 퇴거 갈등
장인과 사위가 한 건물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2013년쯤이다. 사위 A씨는 결혼한 뒤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장인 소유 건물에서 생활했다. 장인은 같은 건물 2층에 살았다. 그렇게 13년 가까이 이어진 동거에 금이 간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27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장인이 해외에 나간 사이 그의 체크카드를 가져가 25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옮겼다. 이를 알게 된 장인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딸과 사위에게 집도 비우라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A씨 부부를 상대로 건물 인도 소송까지 냈다.
지난 3월 법원은 A씨 부부가 6월 말까지 건물을 넘기고 2500만원과 이자 등을 지급하도록 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당시 A씨는 월 250만원가량을 벌고 있었지만 금융기관 채무 약 5500만원과 사채 약 2천만원 등 빚을 지고 있었다.
법정에서는 A씨가 빚을 지게 된 과정도 언급됐다. A씨는 물류터미널에서 약 5년간 야간 근무를 하다 건강 문제로 일을 그만뒀고, 이후 다른 일을 시작했지만 수입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 2026.08.25 서울중앙지법 존속살해 공판 中 |
| 재판장 "뭘 하느라고 그렇게 사채를 쓴 거예요?" A씨 "제가 물류터미널에서 5년 정도 야간 근무를 했습니다. 밤에 일하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져서 2023년 9월쯤 퇴사했습니다. 퇴사한 뒤 5~6개월 정도 쉬면서 낮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A씨 "부끄럽지만 제가 좀 게을렀던 것 같습니다. 수입은 줄었는데 나가야 할 돈은 정해져 있었고, 아내에게 처음부터 솔직하게 얘기했어야 했습니다." |
퇴거 시한을 두 달 앞둔 4월, A씨는 장인의 집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CCTV에는 A씨가 4월 22일과 23일 장인의 집에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A씨 역시 두 차례 들어간 사실은 인정했다.
검찰은 A씨가 이때 장인의 수첩에서 근무 일정을 확인했다고 보고 있다. A씨는 4월 24일 오전 9시 27분쯤 장인이 없는 집에 다시 들어가 옷방에서 기다렸다. 약 50분 뒤인 오전 10시 17분쯤 장인이 집으로 돌아왔다.
목 조른 사실 인정했는데…"죽이려 한 건 아니다"
다만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검찰의 판단에는 맞서고 있다. A씨는 장인과 몸싸움을 하다 서로 엉킨 채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장인의 뒷목이 원목 침대 프레임에 부딪혔다고 주장했다. 목을 조른 것은 맞지만 장인을 죽이려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정에서 A씨의 기존 진술과 법의학적 소견 등을 제시하며 이를 반박했다. 특히 A씨가 목을 조를 당시 장인이 소변을 봤다고 진술한 점 등을 언급하며 목에 상당한 힘이 가해졌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 2026.08.25 서울중앙지법 존속살해 공판 中 |
| 검사 "범행 당시 피고인이 진술한 부분을 보겠습니다. 피해자가 달려들면서 함께 넘어졌고, 피해자가 위에 올라탄 상태에서 피고인을 손으로 때렸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이후 안방 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시 넘어졌고, 피해자가 나무로 된 침대 프레임에 뒷목을 부딪히면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는 것이 피고인의 진술입니다." 검사 "또 피고인은 목을 조를 당시 피해자가 소변을 봤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이는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어느 정도 강하게 졸랐는지 확인되는 부분입니다." |
지난 9월 3일에는 사건이 벌어진 집에서 현장검증도 진행됐다. 침대 프레임의 형태와 강도 등 A씨가 주장하는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신고하지 않은 열흘…휴대전화·카드 쓰고 아들 축구대회까지
법정에서는 장인의 사망을 확인했다는 A씨가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를 두고 긴 문답이 오갔다. A씨는 장인의 코에 손을 대고 가슴에 귀를 대 호흡을 확인했지만 숨이 느껴지지 않았고, 이후 정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 2026.08.25 서울중앙지법 존속살해 공판 中 |
| 재판장 "사진 보셨죠? 장인어른이 그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면 돌아가셨든 아니든 일단 119에 신고할 것 같은데, 왜 안 했어요?" A씨 "사고가 나고 한 5분 정도 멍하니 있다가 아버님이 숨을 쉬시는지 확인했습니다." 재판장 "어떻게 확인했어요?" A씨 "손을 코에 갖다 대보고, 귀를 가슴에 대봤습니다. 돌아가셨다고 생각했고, 그 뒤로는 완전히 백지상태가 돼서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꽤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재판장 "시간이 좀 지나면 정신은 돌아왔을 것 아니에요? 그런데 왜 신고할 생각은 안 하고 휴대전화를 가져갈 생각은 했어요?" A씨 "첫 번째는 무서웠습니다." 재판장 "부인에게는 얘기했어요?" A씨 "아내도 제가 잡힌 다음에 알았습니다. 제가 강원도에서 긴급체포됐습니다." 재판장 "왜 강원도에 갔어요?" A씨 "둘째가 그때 축구대회가 있어서 갔습니다." |
나머지 가족들은 장인이 이미 숨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피해자의 첫째 사위는 가족들이 실종된 장인을 찾아 강원도 강릉까지 갔다고 증언했다. 장인이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발견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다시 서울로 돌아왔고 5월 4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 경찰과 119의 도움을 받아 장인의 집 문을 열었다. 그제야 집 안에서 장인의 시신을 발견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 열흘가량 지난 뒤였다.
장인의 휴대전화만 A씨의 손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장인의 사망을 확인한 뒤 그의 카드를 이용해 현금서비스 등을 받아 5천여만원을 사용했다. A씨는 이 가운데 상당액을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썼다고 설명했다.
| 2026.08.25 서울중앙지법 존속살해 공판 中 |
| 재판장 "그 5000만원은 어디에 썼어요?" A씨 "사채와 저축은행 대출이 계속 밀려 있었습니다. 2500만원 정도는 빚을 갚는 데 썼습니다." 재판장 "저축은행 빚은 얼마였어요?" A씨 "저축은행 빚이 5000만원 정도 있었는데, 밀려 있던 것 중 1000만원 정도를 갚았습니다. 나머지도 정리하려고 했는데 체포될 당시 통장에 1500만원 정도가 남아 있었습니다." |
검찰은 지난 15일 A씨에게 징역 28년을 구형하고, 10년간의 보호관찰 명령을 요청했다. 그리고 A씨는 장인의 목을 조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음 달 16일 나올 예정이다.